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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ul 08. 2018

사무실 싸이코 #12.호랑이 믿고 까부는 '여우' 후배

슬직살롱, 직장인, 심리, 인간관계, 조직생활, 직장생활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자기 뒤에 있는 호랑이 믿고 여우짓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건 특별히 상사와 동료, 후배할 것 없이 흔하게 보인다. 사무실의 싸이코라 말하기에 애해한 구석도 있지만, 어쨌든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유발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상사나 동료가 해도 열받을 판에, 자기 직속이나 간접 부서의 후배들이 그 짓을 하면...차라리 상사나 동료가 그 짓하는 건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직속후배가 그런 경우는 보통 레포트라인상 나보다 윗줄에 있는 상사를 호랑이 삼아서 여우짓을 한다. 혹은 내 동료나 연차 얼마 차이나지 않는 후배를 호랑이 삼을 경우에는 한마디로 직급 상관없이 잘나가는 사람을 호랑이 삼아서 여우짓을 하기도 한다. 




1. 나를 건너뛰고 내 상사에게 징징대는 후배


직속상관에게 업무 지시를 받아서 해당업무를 구조화하고 세세히 나눠서 후배들과 함께 업무분담 미팅을 하고 전체 프로젝트 일정에 맞춰서 각자 일을 하기로 했다. 며칠 후 서로 합의한 일정에 맞춰 그동안 각자 한 일을 모아서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한 녀석이 거의 진도를 빼지 않은 것이다. 


전체일정이 틀어지는 상황이 되니 정말 뚜껑 열리게 화가 났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은근히 걱정되는 마음도 들었다. 보통 상식적으로 일이 진행되는 중간에 문제나 이슈가 생기면 바로바로 보고 하고 거기에 맞춰서 다시 일해야 하는 것인데 중간에 한번도 오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는 건가? 일단 화를 내지 않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하니 기가 찼다. 앞에선 하겠다, 할 수 있다 말해놓고는 정작 며칠 동안 붙잡고 시간을 끌다가 도저히 못하겠으니, 내 상사에게 쪼로록 달려가 자기 역량에 할 수 없는 일을 줘서 일을 못하겠고 그래서 자기가 너무 괴롭다고 했다는 거다. 보통 직속상관들은 중간관리자에게 '악역'을 맡기고 '천사'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내 윗상사는 그 녀석을 다독다독거리곤 괜찮다고 했다는거다. 그래서 그 녀석은 그거 믿고 며칠을 더 놀다가 이 사단을 만들었다. 문제는 내 직속상사가 '착한상사병'에 걸려 있다보니, 이 녀석이 칭얼거릴때마다 다 받아줘서 어느순간부터는 너무도 당당하게 그 일은 자기가 못하는 일이라거나 하기 싫은 일이라고 말하는 거다. (그 당당함에 너무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더 큰 문제는 이게 전체 조직분위기에 영향을 끼치게 되니, 열심히 일하던 후배들도 점점 그런 분위기에 휩쓸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 둘 착한상사병에 걸린 내 윗상사에게 달라붙더니, 윗 상사가 좋아하는 일(업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을 업무 보다 더 중요시하면서 그들은 윗 상사를 중심으로 동아리 선후배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니 더욱 가관이 되어, 윗상사가 자기를 동아리 '형, 오빠'처럼 편하게 생각하라면서 후배들에게 대놓고 이야기하더라. 이.... 이게 회사냐???? 결말은... 당연히 조직와해와 해체였다. 회사가 바보는 아니다.



2. 의사결정자와 호형호제하는 후배, 팀 업무까지 마음대로!


역시나 동료 및 후배들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는데, 한 녀석이 사전에 모두와 합의했던 내용이 아니라 갑자기 쌩뚱맞은 내용을 가져온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완전 황당했는데, 그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전혀 다른 일정에 전혀 다른 스토리라인을 그 자리에서 줄줄줄 이야기하는거다. '저 미친 놈은 뭐야?' 싶은 표정이 모두에게 흘렀는데, 갑자기 윗상사가 미팅에 들어와서 그 녀석하자는대로 하라는거다. 따로 들어보니 그 녀석 생각이 더 좋은 것 같다면서 말이다. 


바로 이전 미팅시 그 상사도 함께 있었고 모두 그게 최선이라고 결정해서 며칠동안 매달렸는데 그 녀석 말대로 하라는 넌 또 뭔 소리냐 싶은 생각이 모두에게 스쳤다. 프로젝트나 업무 진행중 중간에 일정이나 스토리라인이 바뀌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다들 화가 난 것은 그런 중요한 이야기는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다시 상의하고 거기에 맞춰서 모두가 상황을 알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상의할 필요도 없이, 어차피 R&R상 책임을 질 상사라면 그냥 찍어내려서 일을 시켜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중간에 바뀐 것은 분명히 이야기해줘야 하는 문제다.


알고 보니 그 녀석이 모두 함께 있을 때는 의견도 거의 안내고 항상 조용한 편인데, 사적으로 친하다고 생각하면 사적인 자리에서 업무 이야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 윗상사와 호형호제를 넘어서서 아버지와 아들처럼 가족같이 서로 느낄 정도로 친했는데, 함께 담배 피면서 술마시면서 사우나 같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과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녀석 뿐 아니라 윗상사까지 사적 관계와 공적 관계를 헷갈려할 거라는 것까지는 '설마' 싶었었기 때문에, 너무 비상식적이니, 모두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중에는 더 나아가 업무 하나, 프로젝트 하나를 넘어서서 조직 전체의 분위기와 조직관리부터 세세한 업무배분까지 하나하나 윗상사와 이야기해서 바꾸려고 하더라. R&R과 기강이 안서니 당연히 조직은 산으로 갔다. 결국 유능한 팀원들은 하나 둘 떠나갔다.


아오 저걸 진짜..


3. 임원 라인 탔다고 기고만장한 후배


앞서 말한 사례들만 해도 호랑이와 여우가 사적인 관계를 통해 벌어진 일들이다. 그런데 이런 관계가 공식화된 회사들도 있었다. 아예 최고위급 임원들과 일부 후배들이 공식적인 사내조직으로 엮여있었다. 공식조직이다 보니 모임의 본질적인 속성은 '사적 관계'지만, 대놓고 거기 출신이자 라인임을 밝히며 기업내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아예 그들을 전혀 다른 그룹으로 포지셔닝하고 별도의 지원과 특혜를 제공했으며, 회사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공식적으로 호랑이를 뒤에 놓고 숨기지도 않으니 거기 출신의 상사와 동료 뿐 아니라 후배들까지도 눈치를 보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했다. 비슷한 또다른 경우는 공식조직은 아니었지만, 최고위급 라인으로 들어와서 비공식적이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과 사실상 동일했던 사례도 있었다.


한참 연차가 차이나는데, 그 후배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을 듣고 있자면 '저것들 제 정신이야?' 싶을 때가 많았다. 업무 미팅을 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같이 일하거나 협조해야 하는 건들이 있었는데, 대놓고 오만함이 하늘을 찔렀다. 사원이나 대리들이,


"차장님 무슨 말씀 하시는지는 알겠는데요, 이 자료로는 본부장님께 보고 못드려요. 더 다듬어오세요!"

(전략기획 10년차가 만든 보고서였다)

"영어 문장 이거 맞는건가요? 문법이 좀 어색한 것 같은데요?" 

(영국 출신 직원이 검수한 자료였다)

"본부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제가 보기엔 차장님처럼 생각하지는 않으실 것 같은데요?" 

(니 의견이 궁금한게 아니라 제발 시키는대로 일 좀 하라고!)


이런 경악스러운 상황이 흔하게 발생했다. 다들 스트레스 받지만 대놓고 컴플레인도 할 수 없는 당혹스러운 조직구조와 분위기에 할 말을 잃을 뿐이다. 말 안하지만, 경력직에 알만큰 아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마디한다. "너희들은 그 회사, 그 조직에서만 평생 있어야 한다. 밖에 나오면 경쟁력이 아예 없거든. 연차도 낮은데 자기들이 일 잘하고 똑똑한 줄 알고 오만한데 누가 데려가냐"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정도 되면 밖에서도 다 안다는거다. 당연히 그런 조직 출신들은 다른 회사에서 안받는다. 능력없는데 허세와 거품만 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역시나 이 조직도 엉망진창이 되었다.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만 뒀다.


이 이외에도 호랑이 위세를 업은 여우 후배들 사례는 무궁무진할거다.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유발하지만 흔한 경우니 너무 열받으면 나만 손해다.





'슬직살롱 : 속 터지게 만드는 직장 후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시죠!

7월 18일 수요일, 논현역 근처에서 진행합니다.

'내 심리상태 분석을 통한 열받게 하는 후배와의 관계 해결법 토의'

직장에서의 다양한 인간관계와 그 해법을 함께 생각해보는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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