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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Sep 16. 2018

분노 유발 창업가 사례

스타트업, 코칭, 창업, 사업, 알렉스넷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교육과 코칭을 하면서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예비창업가와 창업가들을 만나다보니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황당한 요청을 받거나 비상식적인 사람을 경험해도, 분노유발하는 일이나 상황을 겪어도, 이제는 왠만해서는 화나거나 동요하지 않을 정도로 해탈했다. 자잘자잘한 것들은 잠시 짜증나고 마는 수준에 이르렀다. 무턱대고 와서 자기 사업아이템은 무조건 최고니 이건 건들 생각이나 잔말 말라고 전제를 깐 후, 마케팅 방안이나 브랜드 방안을 가르쳐달라거나, 투자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거나, 자기 아이템을 만들 사람 특히 엔지니어나 디자이너를 구해달라고 한다. 교육이나 코칭 받고 뒷담화 까거나 사람들 선동해서 분위기 엉망으로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정도는 시장이나 고객을 제대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거나, 자기는 대표이고 기획자라며 직접 부딪혀보지도 않고 자기 사업아이템에 문제가 뭐냐고 묻는 정도는 차라리 애교다. 이 정도까지는

 

흔해도 너무 흔해서 이젠 신경도 안쓴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수양이 많이 모자라구나 깨닫게 만드는 일들이 몇몇 있다. 앞서 나온 케이스만 해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종종 나오는 사례인데, 지금 이야기할 사례는 아직 안나왔다. ㅋㅋㅋ


하나는 사업아이템이 뭔지 이야기를 안하고 코칭을 해달라고 찾아오는 경우다. 자기 사업아이템은 너무 독보적이고 대단해서 아이디어가 외부에 나가면 안된다면서 코칭을 받으러왔는데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선 수익모델 어떻게 해야 하냐,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하냐, 브랜딩은 어떻게 해야 하냐, 투자나 리크루팅은 어떻게 해야 하냐 등등 묻는다. 뭔지 알아야 코칭을 해주지 않겠느냐 말하면, 산업은 금융산업이구요 그러니 뭐해야 해요 그런 식으로 시간을 잡아먹는다. 이건 뭐 삐진 여자친구랑 내 마음을 알아맞춰봐 밀당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 지치게 만든다. 사업아이템과 모델을 알아야 코칭을 해주지, 상대하다보면 내가 이 귀한 시간에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싶다.


또 하나는 무작정 사람소개해달라고 하거나 네트워킹을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이다. 사업아이템 말하지 않고 코칭해달라고 우기는 사람들 보다 더 열받는다. 내가 직접 내 돈을 넣어서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업아이템에, 그 사람이 괜찮으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코칭도 보다 더 깊게 해주고 하나 둘 사람도 연결시켜주게 된다. 그러면서 네트워킹에 태워주기도 한다. 사람소개나 네트워킹은 내 자신을 걸고, 즉 내가 인증해서 돕겠다는 의미로, 관계 면에서 최고의 신뢰를 쌓아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지식과 인사이트 보다 더 중요하고 만들기 어려운 인맥과 네트워킹을 아무렇지 않게 요구하는 사람들 보고 열받기 보단 경악스러웠다.


이 두가지는 아직도 겪으면 화나고 열받는데, 이 수준도 넘어서야 진정 해탈의 경지에 이른게 아닐까 싶다. 아직은 수련이 부족하다. ㅎㅎ


"중요한 건 당신 입맛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입맛이다."
스타트업 예비창업가나 창업가 코칭하면서 시장과 고객 반응이 없는 사업아이템을 박박 우기면 나도 비슷한 한마디를 한다.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으면 그냥 그렇게 살라고. 왜 시장과 고객이 원하지 않는 걸 고객에게 굳이 강요해서 팔려고 하고, 그렇게 해서 돈 많이 벌고 싶다고 이야기하냐고 말이다. 그래서 선택하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거 할건지, 고객에게 팔릴 것을 만들건지.

결국 백종원이 구해다준 막걸리들을 싱크대에 다 버렸다고 난리던데, 글쎄... 그게 악마 편집이던, 정말 저렇게 행동을 한 것이던 간에, 스타트업 예비창업가와 창업가 상대하다 보면 워낙 흔하게 보는 스타일 중 하나라 웃으면서 봤다. 자기가 맞다고 우기면서 답을 다 정해놓고, '내가 다 잘아니 넌 이거나 도와주면 된다'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 너무 흔하다. 

재밌는 건 저런 아집은 강한데, 의지는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저 정도 아집을 부릴려면, 자기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친듯이 뛰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건 잘 안한다. 예를 들어, 본 사례의 경우 시장과 고객을 분석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아이템과 밸런스를 맞추는 동시에, 모객과 제품개발을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쏟아붓고, 이해관계자들과 사업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다져야 하는 등 (방송에선 시장상인들과의 관계) 최소한 해야할 일들조차 하지 않는다. 이유를 물으면 자기 사업아이템은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출시하거나 구축하고 마케팅만 하면 알아서 성공할 거란다. 시장에 나가기 전에도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시장테스트 혹은 시장에 나가서 고객이 반응하지 않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도 전혀 바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곧바로 욕을 하거나 뒷담화 까면서 찾아오지 않고, 만약 원하던 것을 얻게 되더라도 어차피 고마워하지도 않기 때문에, 코치로서 의무적으로 해줘야 하는 부분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해주되 그 이상은 기대도 하지 않고 딱 거절한다.


* 참, 조금 번외 이야기인데, 이전편에 막걸리집 고기 안주 평가가 나왔었는데, 그것을 비롯해서 경험의 폭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내 입맛, 내 경험의 폭과 수준에 따라 제품/서비스의 질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맛있고 다양한 여기에 고급진(?) 음식을 많이 먹어봐야 음식 수준도 올라간다. 직장인이 되어 좋은 거 많이 먹게 된 이후, 정말 맛있게 먹었던 옛 추억을 살려 중고등학교 시절 혹은 대학시절 자기 기준의 맛집에 가면 실망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런 측면에서 맛없고 별루인 음식을 자기는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만들어내는 곳은 그 이상을 경험하지 않는 이상, 딱 그만큼이 한계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창업도 마찬가지.

http://cafe.daum.net/ok1221/9Zdf/1324555?q=%EA%B3%A8%EB%AA%A9%EC%8B%9D%EB%8B%B9%20%EB%A7%89%EA%B1%B8%EB%A6%AC%20%EB%B2%84%EB%A6%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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