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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Sep 22. 2018

애초에 잘 뽑았어야지, 직원 vs 스타플레이어

직장인, 직장생활, 인사평가, HR, 패스파인더넷, 작당모의, 슬직

나는 자타공인 '야빠'다. 누가 야구 얘기라도 꺼낼 새면 귀를 쫑긋 세우고는 대화에 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할 만큼 나는 야구를 사랑한다.


야구라는 스포츠 그 자체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영 전략 관련 커리어를 걸어온 나로서는 야구가 '기업 경영'과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점심 때의 일이다. 야구 중계를 틀어놓은 식당에서 낙지 비빔밥 한 그릇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옆 테이블 젊은 직장인들의 야구 이야기가 솔솔 들린다. 

 

A : 원래 수비가 강한 팀이 가을야구 가는거야. 애들 정신 좀 차리게 김성근식으로 빡세게 스파르타 훈련해야 한다고 본다.

B :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스파르타 타령이냐? 강압적으로 빡세게? 80년대에나 통하는 방식이지..

A : 야 그럼 수비가 개판인데 훈련이라도 빡세게 좀 해야 정신을 차리지! 도대체 뭐 어쩌잔 말이야?

B : 애당초 첨부터 잘 뽑았어야지..


첨부터 잘 뽑았어야지..최근의 HR, 조직 관리 트렌드와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직장인에게 이처럼 무시무시한 말이 또 없을게다.



교육과 훈련, 기회가 사람을 키운다.


예전엔 기업이 직원을 뽑아서 가르치다보면 실력이 늘고, 언젠가는 일을 잘하게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설사 기대만큼 못하더라도 강압적으로라도 끌고 가면 일정 수준까지는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A가 주장하는 김성근 방식(?)은 정도가 좀 심하지만(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니 야신의 팬이라면 노여움을 거두시길..), 교육과 훈련, 그리고 기회가 사람을 키운다는 관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직원 개인의 영역에서는 실력이 약간 부족해도 열심히 하면서 버티다보면 어느 정도의 성장 기회는 있었던 셈.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HR 트렌드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좋은 사람을 뽑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조금 더 자세히 풀자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처음부터 능력있는 인재를 뽑으면 베스트. 하지만 매번 입맛에 딱 맞는 직원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직원에게 한 두 차례 기회를 준다.

그 기회 속에서 역량을 증명하지 못한 직원과는 이별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인재를 찾는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냉정하게 운영되는 기업이 있다. 이들은 회사 성장을 따라오지 못하는 직원에게 다른 직무를 제안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재교육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게다가 철저한 성과평가를 통해 해마다 하위성과자 20%를 가차없이 해고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지시한 일을 잘 처리한 직원도 그저 시키는 일만 했다는 이유로 해고한다. (참고기사: 클릭)


이 냉혹한 회사는 바로 세계 콘텐츠의 지배자이자 기업 문화 혁신의 상징, 넷플릭스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넷플릭스처럼 냉정하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이들처럼 가차없는 경영을 했다면 아마 여러 건의 근로기준법 위반과 갑질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기업이 소위 '능력 없는 사람들'을 안고 간다면? 저런 인간도 몰라보는 경영진이 무능하네, 역량도 안 되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네, 월급 도둑 등등 적지 않은 뒷담화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당사자 앞에서 면박을 주기도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연봉을 많이 받으니 살벌한 경쟁과 약육강식 속에 있는 것 당연하고,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그들만큼 돈을 못 받으니 조금은 봐줘야 한다는 논리인가?


직장인들에게 프로야구 선수들만큼 연봉주고,  그 가치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퇴출되게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직원이 아닌 스타플레이어가 되라"는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글쓴이 :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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