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스포일러) 영화 공작 리뷰, 공작, 윤종빈, 한국영화
공작, 특별한 MSG없이도 쫀쫀하고 긴박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평점 9/10)
영화 공작은 1990년대 남북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공작원에 대한 이야기다. 이 정도 되면 멋진 북한 공작원이 떠오를만도 하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그린 북한 남파 공작원이나 간첩에 대한 판타지가 가장 탓이다. 하지만 영화 공작은 기대감을 철저하게 배신하는 영화다. 멋진 공작원도, 화끈한 액션도, 좋게 말하면 탄성이 나올만한 나쁘게 말하면 작위적이거나 무리수를 두는 거창한 미션의 스파이 두뇌싸움도 없다. 어찌 보면, 정말 기름끼 쏙 빼고 단백하고 무미건조하다. 최대한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하니 오히려 영화 공작이 주는 쫀쫀함과 긴박감은 극대치에 가깝다.
북한의 기밀 정보를 알아내고자 하는 남한 공작원의 이야기가 영화 공작이다. 대북사업가로 위장하고 사업을 빌미로 각종 정보를, 특히 핵무기를 앞세워 군사기밀이나 정치기밀을 뽑아내려고 한다. 하지만 그가 기존 공작원 캐릭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국가가 아니라 민족과 자신을 위해 일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영화 공작은 기존 남북 배경으로 한 영화들과 달리 스토리 진행을 예측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된다. (물론 이 점은 영화 강철비도 비슷한 결을 가진다. 그래서 강철비도 재미있었던 것일까? 조금 오버하면 이렇게 공통점이 생긴다) 충분히 이해할만한 상황, 논리적인 전개, 납득할만한 결과가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는 스토리의 기본임을 공작은 스스로 보여준다. 꼼꼼히 직조된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니 영화 공작은 기본기 면에서 강력하다.
또한 스파이영화 장르의 기본인 순간순간 발생하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스토리 진행에서 단계별로 강도를 더해나가면서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하게 되니, 쫀쫀하면서도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한다. 스파이 영화의 정작과도 같은 작품이다. 한국영화에 MSG가 과도하게 뿌려지고 욕심이 점차 과해져서 이것저것 다 넣느라 망가지는 일이 최근 들어서 점점 더 심해지는데, 영화 공작은 영화의 기본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실히 알려준다! 관객 감정도 억지로 만들어내지도 않지만, 캐릭터와 상황에 공감해서 감정선을 이끌어낸다. 결국 기본이 충실한 것이 정답이다.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이렇게 긴박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거기에 은근히 와닿는 감동까지... 사람 대 사람으로서, 국가 대 국가로서 뭉클하게 만드는 엔딩!
※ 글쎄... 동의 못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영화 공작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은 주인공 황정민의 나레이션이다. 영화 곳곳에서 갑자기 개입하는데, 굳이 필요한 요소였나 생각이 든다. 없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고, 없었으면 생각하는 여운을 더 남기지 않았을까 싶다.
공작 (The Spy Gone North , 2018)
감독 윤종빈
출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