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구요, 사회가 가장 만만히보는 물건이예요

중간관리자 : 위에서 아랫돌을 빼다가 얹는 중간의 사람

by 알렉스키드

윗선에서는 오늘도 내게 일을 시킨다

분명 업무도 바쁘고, 내 일이 아닌 후배 일인 것을

모두가 뻔히 아는 사실인데 그는 내게 말한다


A사원이 이걸 못 쳐내는데 어떻게 해
팀에서 해야되는 일이니 자기가 좀 도와줘


도와준다? 그래. 그렇다고치자.

대기업 신입 때 맨날 혼나고 구박 받고

요즘 표현으로 짜치는 일만 하는게 싫었다


나는 꼭 나중에 후배들 하나하나 일 알려주면서,
같이 할거라고 다짐했던 시절이 있기 때문에
실제 후배들이 들어오면 보고서 쓰는 법부터
보고하는 방법까지 하나 하나 알려주곤 했다
그때는 그냥, 그런게 좋았다. 다 비슷하니까.


그렇게 생활하기를 수년,

이제는 신입사원들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기에

내가 그런 역할을 하면 ‘피보고자‘의 지적이 되기에

뭔가를 물어보기전에는 그런 역할을 삼가고 있다


근데, 이상하다

어느날부터는 후배들이 내게 부탁하거나 물어보는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 직원의 일을 들고와서 내게 내린다. 안받으면 내가 회사를 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죄인 취급을 하면서.


회사 생활이 뭐가 이 따위지?
위에서부터 중간 직급을 호구로 만들고있다


하늘을 올려다봐야 그저 뿌옇다. 눈 앞에 모니터나, 우리에게 일을 던지는위아랫 사람들의 눈빛이나 한결 같이. 머리가 굵어져서 그런가보다라고 스스로를 비난해본다.


분명 신입 시절에 대기업에서 배운건 이게 아닌데

회사는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배우고 싶으면 돈을 니가 내라
복사하면서 보고서를 훔쳐보고 배워라
대리가 과장일을 해야 과장을 시켜준다


14년 전의 나는,

선배들의 일을 같이 하면서 내 일도 했는데

왜 지금 나는 내 일에다 사원들의 일까지 하고있지?


간부 임원들은 전에 없이 젊은 직원들 눈치를 보고,

일은 시켜야겠는데 블라인드 올라올까봐 덜덜 떨면서

결국 내리는 결론은 중간돌인 우리들에게 일을 던진다


본인들이 배워온 조직의 순리를 본인들이 흐리는

멍청하고 답답한 관리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만 보면 가관이다

불안하니까 하는 행위라곤 목적 없는 회의

어린 직원들에게 직접 일을 못시키니 중간 직급에게 왜 일을 너희가 내려야된다는 가스라이팅

업무 분장 따위 가볍게 무시하는 시도 때도 없는 선배 구원 투수 강제 등판


이쯤되면 조직은 왜 있나 싶을 때가 많다

어린 직급 중간 직급 갈라치기하려고 있나?


가만히 일하는 것 외에 모든 행동이 “희화화”, “뒷담화”의 표적이 되는데, 회사에선 당연히 일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런건 순효과라고 봐야하나.


최근에 네트워팅 현장에서 만난 헤드헌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건낸 한 마디

요즘은 화려한 경력이 있어도 45살 넘어가면 이력서를 보지도 않아. 희망 스펙은 높으면서, 우리도 아주 환장하겠어.


40대, 여러모로 위기의 나이다

임원이 되기 위해 라인을 꼭 붙들고 몸을 갈거나

마지막 이직을 통해 몸값과 커리어를 확정 짓거나


자산 축적을 위한 무리한 마지막 도전을 하거나

우리 선배들과 달리 후배들에게 언행을 조심하면서

가정이 있다면 친구, 회식, 많은걸 포기해야하는

옛날 말로 “퍼펙트”한 사람이 되어야만하는 존재


명쾌한 말로 결론 짓는 글을 쓰고 싶지 않은 그런 밤


그냥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

누구의 탓인지 모르겠다는 답답함만 남겨두고자 한다


10여년 전 어느 금요일 밤이 문득 떠오른다
금요일 야근 후, 회사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아직 강남에서 2차를 달리는 중인 친구들을 만나
이번주 내내 우리를 괴롭히던 회사 40대들을
신나게 욕해대던 그 금요일 밤


그때의 그들은 상명하복이 분명했는데,

지금 당신들을 나의 자리에 앉혀두면 어떨까하는

실현불가한 몽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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