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감사합니다. 근데 전 이 일을 잘하고 싶은, 진심인 사람이예요.
공공기관에서 홍보는 사실 '사이드디시'입니다. SNS, 방송 협찬, 옥외광고, 내부 직원 캠페인, 기관 DB화 작업, 디자인 등 많은 일을 해왔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지인들의 걱정이죠. (물론 격려와 칭찬도 감사할만큼 많아요) 현실을 잘 아니 고마우면서도 드는 내 일에 대한 양가 감정- 한숨 좀 쉴게요.
외부 기관 홍보실 미팅을 위해 시청으로 외근을 갔다.
미팅 장소는 공교롭게도 4년전에 내가 홍보팀 처음 왔을때 함께 일하던 후배와 갔던 카페.
홍보팀으로 입사한 후배는 당시 3년째 홍보를 담당하고 있었고
전에 없이 신임 대표이사가 '홍보'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던 시기
돌아보면, 신나게 현업부서 업무 하듯이 홍보 업무를 해냈다.
이런 맥락 덕분에, 후배를 데리고 글로벌 마케팅 펌과 미팅을 한뒤,
여기에 들러서 미팅 랩업을 하며 커피를 마시던 시간이었다.
(아직도 내 포털 프로필사진은 당시 찍어준 사진이다. 사진도 잘 찍던 친구.)
4년만에 방문한 공간에서,
여전히 맑은 창 밖 하늘을 바라보니 자연스럽게 그날의 무드가 떠올랐다.
그들은 홍보 직군으로 입사하고, 홍보로 퇴사한다.
즉, “언제까지 홍보에 있어?”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고 내년에도 내가 하던 홍보를 Develop할 수 있다는 플랜이 있기에 더욱 내가 하는 홍보를 깊이감 있게, 템포를 길게 가져갈 수 있다.
순환보직의 명암이 크게 갈리는 순간이었다.
다들 승진이나 현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다보니 승진을 노려야하는 시기에 홍보팀에 있는 나를 안쓰럽게 대하던 선배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승진만하고 얼른 나와라 라든지. 고마운 말씀이다. 진심으로.
다만, 오늘 처음으로 순환 보직 없이 쭉 홍보만 하는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놀랐다.
내가 생각보다 홍보 업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갑자기 와닿았다.
이런건 드라마에서 매번 싸우던 남녀가
갑자기 사랑 감정을 느낀 유치한 클리셰같은 건데.
고백하자. 나는 홍보 업무를 정말 좋아한다고.
공공기관의 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벤치마킹은 많이 들어봤지만, 순수한 의미의 협업이 얼마나 되고
자연스러운 커피챗에서 얼마나 공감과 고민을 나누겠는가.
그런데 홍보의 영역은 조금 다르다. 확실히.
깊이 고민하고 도전하는만큼 많이 보이고,
그 보이는 시야를 나누고 서로 리스펙하는 끈끈함이 있다.
같은 일을 고민하며 다른 조직의 사람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공감대와 공동선을 추구할 수 있다는건 상당히 매력적인 일
김선태 팀장으로부터 시작된 전국 공공기관, 관공서의 SNS 열풍
그 중심에서 얼굴을 내보이며, 부서의 좋은 기업을 찾아 다니면서
오기와 끈기로 2년을 버텨낸 뒤, 다른 홍보 업무로 확장을 하게 된 요즘.
나의 홍보끈은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졌다.
기존에 없던 일 참 많이 했다. 기관 옥외광고 채널을 세팅해서 총괄하고, SNS 채널도 줄이고, 대학생 그리고 사내 서포터즈 활동도 운영하고, 방송국 다큐멘터리, 기관 슬로건 제작, 기관 소개 영상 제작, 사진 촬영 및 아카이브 DB 구축, 캐릭터 마케팅, SNS 출연 및 운영, 대시민 캠페인.. 구조를 쌓았다.
같은 소속이라고 전부 나랑 같은 고민을 하지도,
업무나 사람에 대한 애착이 같지도 않다.
그럴때 위로가 되는 요소가 내 일에 대한 자신이다.
사람 때문에 회사 나오나, 내가 할 일이 있으니 회사를 나오는 거지.
더 잘 하기 위해서. 내 커리어를 위해서..
5년째 홍보만 해서 어쩌냐는 말은 크게 신경안쓴다.
내가 해야될 일들이 있고, 하루 하루 해나가는 거니까.
다만 모두가 떠나서 어쩌냐 이런말은 가슴에 꽂히는 비수다.
영원히 함께 할 수 없고, 새로이 늘 적응하지만-
다같이 웃고 떠들던, 전 팀장님 말씀대로 '스타트업처럼 즐겁게 일하던' 순간이 그리운건 어쩔수 없다. 나는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성장통과 변화통은 너무 쓰리다. 변화가 이렇게 빠를 줄이야.
더욱 업무에 집중하자. 이 또한 내가 성장하는 과정.
차분히, 조용히 일을 해내고 조직에 은근히 몸을 담는 시간도,
이제는 내게 필요한가보다라고 생각하자.
나보다 몇배나 이 일을 좋아하는게 느껴지던 비범하고 열심인 후배와
미팅 랩업을 하던 순간이 하필 어제의 그 공간, 후배의 목소리와
"애사심이 있으신 것 같다"는 타 기관 홍보 담당자의 말에
망설임 없이 4년전 홍보팀에 처음 왔을때의 다짐을 그대로 말하는 내가 겹쳐졌다.
솔직히 그런건 없고 우리 팀이나 남의 팀의
후배들이 홍보 때문에 고생을 떠앉지 않게만 하고 싶어요.
공공기관 홍보는 너무 어렵고 힘드니까요.
뭔가 뭉클하면서도 적당히 텁텁해지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