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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Oct 17. 2023

문예창작동아리 부회장이 사회인이 되고 변한 것

다시 “혼자 책읽던” 시기로 돌아가고 있다. 오롯이.


대학시절 나는 문예창작 동아리의 부회장이었다


글을 좋아하고, 열심히 썼고, SNS 팬도 제법 되는

나름의 오지랖과 리더십, 행동력으로 몇 년간 정체된 “캠퍼스 내 시화전” 개최도 하는 등 봄 햇살을 맞으며 동아리 행사에도 참여할만큼, 정적인 문학과 동적인 관계성을 조화롭게 발현했다


결정짓고 추진하는 회장,

살림살이 잘 챙기는 꼼꼼한 총무,

우리 셋은 최강의 조합이었다


왜 사람들이 과보다 동아리에 더 애착을 갖는지,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일교시 시작 전 아침에,

빈 동방에 들어가서 커피 한잔 마시며 조용한 재즈를 틀어 고요함을 즐기던 그 순간은

아직도 어제처럼 모든 것이 눈에 선하다

마음을 담은 손편지, 그만큼 따뜻한 선물이 또 있을까. 진심을 주는 글만큼 귀한건 없다.


문예창작회에서 보낸 3~4학년 시기는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왠만큼 책도 많이 읽었고,

적당히 내 생각을 글로 담을 줄 안다고 자부했던

"나의 좁은 세상"의 틀을 깨준 충격이 새로웠다


이만큼 글을 좋아하고,

진지한 친구들이 있다는 걸 알게된

"도전"이 가장 큰 즐거움이고 가치였던 것이다


나는 늘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습관이 있었다.


공강 시간에도 뭔가 책 한줄을 더 읽고,

일주일에 두번은 도서관에 가서 앉아 있어야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생각


근데 지나고보니 조금 다른 세계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3학년때부터 대외활동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아니면 그제사 내 눈에 띄었는지)

당시의 나는  그런 것들은 잘 봐줘봐야 "그냥 취업용 한줄 넣기" 정도로 치부하고,  술이나 마시고 노는 모임으로 생각해서 지원도 안했는데.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도전"이라는
소중한 삶의 가치를 장착한다는
그런 생각을 아쉽게도 당시 하지 못했다.


무리하게 발을 넓히는 것도 소모적이지만,

같은 목적의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조금 아쉽다.


대외활동을 하지 않았던게 아쉬운건 아니고,

"경계" 내의 삶을 너무 지켜내려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

  * 물론 그럼에도 취업도 잘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잘 지냈지만


요즘의 내 모습이 원래의 내 모습에 가장 가깝다


술도 잘 안마시고, value없는 대화에 잘 안끼고

 스스로의 인생에 도전하는 요소를 찾으려 애쓰고-

요즘의 고민은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걸 조금 느꼈다는 것..


최선을 다하되 방향을 자꾸 확인하고,

나의 루틴들이 효율적인지 점검하는게 쉽지 않다.


지금도 술약속은 한달에 한번 남짓,

퇴근하면 딸 둘과 놀아주고 책읽어주고 재운 뒤

아내 마사지를 해주며 하루의 대화를 나눈다.


내 삶을 유지하는 퇴근 후의 루틴은

무조건 지키려고 한 것이 어느덧 6년을 해온 것이다

가정을 위해 쓸 에너지를 늘 비축해야 한다.


빠른 퇴근을 위해 업무시간을 꽉 채워서 일하고,

야근을 할때나 조근을 할때는 집에서 쓸 에너지를 다 써버리지 않도록 말을 아낀다

(사실 말하면서 쓰는 에너지가 제일 크다!)


그런 날은 오히려 혹독하게 몇가지 더 실행한다.


회사와의 약속인 "일"만 하고, 내 삶과의 약속을 어기는 바보같은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나라고 혼자 편하게 저런 까페에서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고 싶지 않겠는가. 더 나은 가치와 약속을 위해 꾹 참을 뿐.


그런데 좀 부족하다 많이.
잠을 줄여서라도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이 방향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


스스로 도전을 주는 건 바디프로필 같은 직관적인 툴도 있고,

투자나 글쓰기, 목공 처럼 장기적인 관점의 우상향적 방법들이 있다.


하루의 습관을 몇 가지 늘렸더니

확실히 전보다 시간이 부족하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간 뭘했나 싶은 두려움도 강하고, 당장 직장인 생활을 10년 넘게 다녔음에도내가 남긴 것, 얻은 것이 뭔지 생각해보면,

문서 잘 쓰기 위해 애쓰는 것

부서장들 및 선후배들과 업무 중심으로 유연한 네트워킹을 하는 부분

스탭부서로 시작해서 배운 매너를 가지고, 현재의 부서에서 이런 저런 결정, 통보, 내부 CS 관리를 매너있게 하는 방법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이러니까 MBA하고 이런거 저런거 다 끼워넣나

사기업도 아닌데 그런걸 뭘하나 싶기도 하고

내 나이가 사활을 뭔가 걸 나이긴한데

그것이 꼭 “회사일”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2~3년 전의 내가 보던 "지금의 저 사람들" 중

그들이 맞이한 2023년의 "지금"은 당시 내가 보던 모습과 99%는 비슷하고,

1% 정도의 사람들은 많이 변해 있었다.


나는? 만족할 것은 아직 없다 사실.


자꾸 더 나은 것을 보며 달리기 vs 지금까지 얻은 것에 감사하기. 두가지 다 하면 안되나?


미래를 보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다고 아쉬워하는건

20대 초반 내 루저 시절의 마인드 아니던가


이미 나 스스로 미래를 보고 그리고 있는데,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길임을 매일 확신하자.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그 증명들을 더 획득할 수 있겠지


그럴수록 점잖게 입고,  품위있게 사람들을 대하고, 다음 스탭을 위한 고민을 하자.


고민을 share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나도 내 주변 사람들도 많이 변했다


사람들은 그렇다. 술 안마시고는 고민을 얘기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정작 술자리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고민 얘기를 하기보단 가십만 털어놓는다. 그래서 내가 아무 기대감 없이 술 자리를 끊었다. 알맹이가 없는 시간은 정말이지 싫다.


일례로, 나는 투자 중에서도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


주식 얘기는 통하기 힘들고(내가 안듣고)

부동산은 자산에 대해 오픈하기 힘들어서 말하지 않게되고

(그러다보니 요란한 빈수레들만 주변에 이것저것 물어봐서 적당히 끊어줬음)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은 또 너무 잘하고(이건 공격적인 투자가 적은 나의 한계)


주변에서 뭔가 하긴 힘들어서 스터디도 힘들게 꾸려봤는데,

막상 기대하던 열의나 경험 모두 부족하던 사람들이라 진도도 안나가고 얼마 못가 멈추고 말았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이제 인간은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되었다


그정도는 다 아는 나이가 된거다.


그러니, 이제 사람에 대한 기대감 없이
그저 오롯하게 나와 내 가족의 삶에 집중하자


10년뒤 빈 수레가 되면 하소연도 못한다
오늘도 에스프레소 한잔 털면서 시작하자

품위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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