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리니
밤샘할만큼 급하지 않지만, 마감에 몰리는 성가심을 조금 덜고자 주말에 특근을 했다. 그동안 어린이날이 걸친 주말에는 늘 우리 1호, 2호와 함께 하지만 이번에는 제법 긴 황금연휴를 집에서 보내기 아까워 전주 외할머니 댁에 놀러갔다. 아빠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나는 남는 것을 택했다.
토요일 야탑버스터미널에서 배웅하고, 같은 처지인 옛 친구와 오랜만에 여유 있게 한잔 했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나니 왜 연휴인지는 이미 잊고말았고, 내가 남아서 해야하는 업무를 처리할 겸 일요일에는 아마도 나 혼자뿐일 사무실에 나갔다. 온 건물에 나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은근히 자유로운 느낌을 즐기고 싶었고, 뭔가 하나는 합리적이고 개념있는 일을 해야겠다 싶어 마침 문 연 근처 식당에서 밥도 사먹었다.
일이라는 것이 마감 전에 뚝딱 해치우는 수도 있고, 미리 미리 꼼꼼하게 할 수도 있다. 보통 나는 전자에 속하지만, 연휴 중 사무실의 고독은 뭔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유와 집중을 함께 누리게 해 주어서, 문서 작성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결국 나는 막차를 포기하고 말았다. 집에 가도 오늘은 혼자인걸! 모처럼 사무실에서 밤을 불태워보자! 하고 다짐하며 룰루랄라 미리 보고서를 마감했다.
새벽 두시가 넘어가니 눈이 침침하고 눈물이 고였다. 세시경이 되니 배가 고파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확인해보니 500미터 거리 안에 *도날드가 있었다. 4시 아침메뉴로 바뀌기 전 육덕진 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달려갔다.
매장 안에는 소수의 직원과 고객만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무엇인가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어린이날. 이곳은 전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들에 의한 친화 공간이지 않은가!
오늘만큼은 몸이 건강한 어린이 또는 몸이 아픈 어린이, 마음이 건강한 어린이 또는 마음이 아픈 어린이, 가족이 있는 어린이 또는 없는 어린이 모두 따뜻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