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종사하는 산업의 진정한 경쟁자는 누구인가?
수많은 스포츠인을 비롯한 명사들이 말했다.
'본인의 경쟁자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하지만 지금 그런 자기계발적 경쟁자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빅데이터, 수많은 스타트업, 다양한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들...
점차 확장되는 시장에서는 이제는 코카콜라 vs 펩시와 같은 뻔한 경쟁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경쟁자는 저렴한 호텔이나 모텔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에어비앤비가 잘 나가기 시작하자 '아뿔싸' 한 산업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은행이었다. 사람들이 예금 대신 집을 사서 렌트해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특히 외국의 경우, 노령자들이 은행에 '모셔뒀던' 돈으로 자그마한 집을 사서 에어비앤비로 운영하자,
낮은 금리시대에 보다 나은 투자가 된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덕분에 이러한 생각지도 못한 복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양한 산업들이 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하며 이러한 소위 '빅블러'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빅블러'란 1999년 미래학자 스탠 데이비스가 처음 사용한 단어로, 발전한 기술을 매개로 서로 다른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며 융합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와닿는 '빅블러' 현상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스타벅스를 들 수 있다. 에어비앤비와 마찬가지로 스타벅스는 은행들을 긴장시켰다.
스타벅스에서 소비자가 선불 충전한 금액은 1,801억 원에 달하며 국내 주요 핀테크 기업들보다 높은 실정이다.
웹소설 시장도 마찬가지다 7년 만에 100억에서 지난해 6,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웹소설 시장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일반 단행본 시장? 교보문고, 영풍문고와 같은 오프라인 판매점?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스타필드, 더현대, 롯데월드, 에버랜드 일 것이다.
웹소설 판권으로 영화/게임화할 수 있는 넷플릭스나 다른 엔터테인먼트와 웹소설을 읽을 수 있는 고즈넉한 카페들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객들이 '실제로' 온몸으로 누리는 시간이 길어야 하는 쇼핑몰과 유원지는 이러한 현상을 달갑게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우리의 상상을 실현해주기도 한다.
얼마 전 종영한 '펜트하우스 시즌 3'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는 시청자를 함께 애끓고 허탈해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하거나 끝까지 본 자신을 원망하게 했다. 사실 내 이야기다.
이러한 소비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넷플릭스는 2021년 7월 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영화 같은 게임'을 추구하는 것인지 '게임 같은 영화'인지는 알 수 없어도 콘텐츠 시장에 불이 붙은 것만큼은 확실하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끝나지 않는 코로나로 어떤 산업이 어떤 산업의 적이 되는지 예측하기가 말 그대로 뿌옇게, '블러(blur)'하게 보이는 이 시점, 각 산업은 최선을 다해 핵심 역량을 기르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 피벗팅을 하며 치열한 생존게임을 하고 있다.
우리는 누가 나의 등을 노리는지 알 수 없는 뿌연 안갯속을 걸어가고 있다.
결론은 아이러니하지만 앞에서 글에서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한 경쟁할 것은 '나 자신' 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곤 자기 자신밖에 없어질수록 우리는 스스로를 토닥토닥하며 묵묵히 걸어 나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