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갈등의 상관관계.
삶에서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관계 일 것이다. 믿었던 사람이 뒤에서 비수를 꽂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에게서 의외로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렇게 내가 맺는 사회적 관계는 복잡한 맥락 속에 있다.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내가 관계 속에서 만든 기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기대가 커지면 커질 수록 미래에 갈등을 빚을 확률도 함께 높아진다. 내가 믿고 좋아하는 사람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 그 좋았던 사이가 멀어질까 두려운 마음. 아이러니하게도 최대한 갈등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관계를 망친다.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서 미정(김지원 분)은 말한다.
“밑바닥까지 보여가며 한때 좋아했던 사람한테 모질게 하는 것. 못하는 사람은 못해요..”
미정의 마음이 내 얘기인가 싶었을 정도로 나 또한 태생적으로 갈등을 싫어한다. 그리고 그 갈등으로 인해 상처받고 실망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된다. 타인과의 갈등으로 인해 상대방이 어떤 기분일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관계 속에서 타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면 결국 무너지는 것은 우리 자신일지 모른다. 응당 ”부부라면..” “선생이라면..” “진짜 친구라면..” 심지어 “같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분노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 하지만 이런 마음은 잘못된 기대 혹은 망상에 가깝다. 결국 분노의 화살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향하게 되어 있다. 그저 내가 원하는 모습의 관계가 아니어도 괜찮고 또 멀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기대도 줄어들고 실망할 일도, 화가 날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