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많이 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라는 믿음에 대한 반론

쇼트트랙 주니어 선수들에 대하여

by 이현성


쇼트트랙은 분명 변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이 종목은 점점 지구력보다는 스피드 쪽으로 기울고 있다. 외국 선수들은 스타트가 빠르고, 초반 속도가 좋고, 실제로 성적도 내고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제 쇼트트랙도 체력(지구력) 보다는 파워(스피드) 종목 아니야?”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질문이 주니어 선수에게까지 그대로 적용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ISU(International Skating Union)에서 3000m란 종목이 없어졌을 때는 단순히 종목하나가 줄었을 뿐이며 오히려 레이스의 긴장감을 높이는 차원정도의 일로 생각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종목의 폐지는 단순히 거리 하나가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훈련하는 선수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고 조금 늦게 성장하는 선수들이 기다릴 수 있는 상징적인 거리였다.


그 종목이 사라진 뒤, 쇼트트랙은 자연스럽게 500m와 1000m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누가 누가 더 빠른지 평가하기 급급했다. 그 결과는 순간 파워 능력이 좋거나 체격조건이 좋은 유럽선수들이 경쟁하기 쉬운 구조가 되었다. 어쩌면 ISU는 좀 더 다양한 국가 선수들을 해당 종목에 유입하기 위한 계획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속도 중심의 흐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이는 레이스를 더 다채롭게, 템포있게 만들었으며 다양한 레벨의 선수들이 함께 경쟁할 수 있게 유도했다. 하지만 주니어 선수들이 속도화 훈련에 너무 일찍 노출되다 보면 문제점이 몇 가지 생긴다.


첫째, 어린 선수들은 젖산 회복속도는 빠를지 몰라도 젖산역치에서 견디는 경험이 줄어들면 젖산 처리능력(회복속도 아님)을 충분히 키울 수 없다.

두 번째로 그로 인해 자기 페이스를 정확히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적으로도 시니어 선수들에 비해 완성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역치 단계에서 기술 또한 정교하지 못한 것이다.


주니어 단계에서 시니어 선수만큼 빠르고 기록도 출중한 선수들은 많다. 무엇보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신경계 반응이 더 빠르기에 균형이나 신체적 대처능력에 대한 이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쇼트트랙의 역사(어쩌면 역치 스포츠의 역사)는 말해왔다.


"시니어에서 오래 살아남는 선수들은 반드시 버티는 구간을 통과해 본 경험이 있다."


그들은 젖산이 찬 상태에서 기술을 사용하고 힘든 상황을 정신적으로 견뎌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트렌드가 중학교 수준의 주니어선수들이 이와 같은 시간을 쌓고 버티기 전에 걸러지는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트렌드에 속해 있는 선수들은 젖산을 피해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힘들고 오래 지속하는 훈련은 잘못된 훈련이라 생각한다. 이에 따라서 선수들의 기술과 자세는 예쁘지만 피로가 없는 상태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는 전제를 따른다. 그래서 과거 한국선수들의 장점이었던 뒷심(경기후반 체력)은 하향 평준화가 되거나 퇴화하게 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끝까지 견뎌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이 경험은 나중에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속도와 레이스 템포를 늦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시계의 초침은 그 방향으로 가되, 반드시 기본적인 훈련 볼륨을 깔아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선수를 좀 더 천천히 키워야 한다.


참고문헌

https://journals.physiology.org/doi/full/10.1152/japplphysiol.01095.2003


사진

ISU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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