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의미

올바름과 탁월함에 대하여

by 이현성

시합 때문에 지방에 내려왔다. 연습 훈련을 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친구와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운동선수로서의 자질, 능력 그리고 태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시대가 바뀌어도 선수는 결국 탁월해지려는 열망,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 그리고 훈련을 임하는 태도, 같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없으면 그저 시간낭비일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기준이 현시대에도 여전히 허용되는 말일까?

요즘 스포츠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예전과 다르다. 올림픽조차 이제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고 그것을 넘는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옳은 모습을 비추는 정치적 올바름의 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포츠에서도 차별, 정체성, 다양성, 포용 같은 메시지는 분명히 중요하고,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올바름에 대한 감수성 덕에 많은 소외된 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해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동시에 "누가 더 탁월한가?"라는 질문은 점점 조심스러운 질문이 되어 가고 있다.


과거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질문이 사회는 검열을 요구한다.


분명한 건 스포츠에서의 지향점은 여전히 탁월함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Nike.com


요즘은 초등학생 운동회조차 청백전의 승부를 가리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지는 팀의 아이가 자존감을 상실하고 주눅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좌절을 통해 실패를 경험할 기회를 점점 잃어간다.


그래서 문득 두려워졌다.


내가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방향과 철학이, 이 시대에는 폭력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까?

내가 추구했던 탁월함이라는 가치를 관철시키려다 시대에 뒤떨어진 코치가 되진 않을까?


하지만 분명한 건 스포츠에서 그 지향점은 여전히 탁월함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육상과 같은 스포츠에서도 세계기록이 계속 깨지고 그 한계를 넘기 위해 시장은 여전히 투자하고 있지 않은가.


2019년 10월 12일, 인간은 브레이킹 2라는 마라톤 프로젝트를 통해 마침내 2시간의 벽을 깼다.


겉으로는 부드러워진 세상일지라도 여전히 스포츠는 위대한 성취를 갈망한다.




아마도 나는 다소 혼란스러운 사회적 분위기에 압도되어 한계를 끝까지 견디지 못하는 선수들을 포용하고 이해하려 한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수를 키워야 하는 코치로서 생각할 땐 이 같은 생각은 직무유기다.


선수를 보호하는 것도 코치의 책임이지만 선수 스스로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게 코치로서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이 같은 지금의 나의 코칭방식이 시대착오적이라면 나는 기꺼이 시대와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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