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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성 Dec 23. 2019

노력일까 재능일까

운동선수가 인지하는 노력

Image by 272447 from Pixabay 


"나는 재능보다는 노력형 선수야." 엘리트 운동을 했던 선수나 혹은 지금 현역에서 뛰고 있는 선수라면 한 번쯤은 듣거나, 스스로 되내어 봤을 법한 말이다. 이유인즉슨, 같은 스포츠를 하는 엘리트 수준의 선수라 하더라도 스포츠에 적합한 신체적 조건과 재능의 정도는 천지차이이기 때문에 개인이 쏟는 '노력' 따라 타고난 신체적 조건과 재능의 갭을 좁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축구선수는 매일 하루에 8시간씩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한다. 하지만 왜 아무개라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선수는 훈련도 쉬엄쉬엄 하고, 그런데도 항상 빠르고 득점도 더 많이 하고 심지어 피지컬도 훨씬 좋을까? 당연히 감독은 이러한 선수를 더 선호한다. 그럼 이제 배가 아픈 거다. 신경질이 나고, 잘하고 싶은 동기가 뚝 떨어진다. 자신감과 함께.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어디까지나 선수의 관점에서 바라본 불합리함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개라는 타고난 선수의 재능은 누가 측정했는가? 선수의 게으름과 성실함을 나누는 척도는 무엇인가? 대부분 그것을 바라본 선수가 스스로 인지한 변수일뿐, 근거는 없다. 그럼 다시 질문해 봐야 한다. 매일 하루에 8시간씩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하는 것은 좋은 방법인가? 훈련량을 늘리는 것만이 노력인가


어떤 선수들은 흔히 노력이라는 변수를 신체적 조건이나 재능보다 더 고귀하고 더 높은 가치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쩌면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틀린 것은 아닐까? 아니면 잘못된 방법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우리는 노력이라는 단어에 너무 관대한 사람들이라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같은 말에 쉽게 흔들리고, "나는 노력했으니까 이제 잘 되겠지."와 같은 다소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믿음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노력을 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대답은 'NO' 다. 엘리트 선수들에게 노력이란 기본값이다.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란 거다. 정량적으로 8시간의 훈련한 선수가 6시간 훈련한 선수보다 더 노력한 것인가? 


글쎄, 문제는 노력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물론 초보자 수준에서 기량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노력의 양이 상급자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필수 적이다. 하지만 이미 숙련된 기량의 성인 운동선수가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훈련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자랑할 일인가. JONNA 당연한 거다! 문제는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 했는가를 생각해 봐야지, 더 이상 절대적인 노력의 양 뒤에 숨지 말자.


그럼 노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몸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생리적, 역학적, 심리적인 메커니즘만 이해한다면, 그동안 훈련에만 정량적으로 쏟았던 노력을 다양한 측면으로 분산해서 쏟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한 선수의 신체적 능력은 문제가 없지만, 경기에 나서기만 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한 생각 때문에 제 기량에 반도 발휘하지 못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 선수는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우리가 다리 근력을 키우기 위해 스쿼트를 하듯이, 심리적 근력을 단련하기 위한 멘털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참조 글 http://www.sportsq.co.kr/news/articleView.html?idxno=6780).


반대로 강철 멘털인 선수가, 종종 시합 전에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시합을 망치는 경우에는, 그 이유가 오버 트레이닝 (over-training) 때문인지, 잠은 규칙적으로 자는지, 체질과 맞지 않는 음식을 섭취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 고수하고 있는 방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믿는 것도 노력의 결과이지만 잘못된 믿음을 깨는 것 또한 '노력'에 해당한다. 물론 선수의 코치와 부모, 그리고 스포츠 과학자의 역할이 중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수 본인이 이러한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는 것이 좋다. 지금 이걸 보고 있는 너도 지금이 제일 어리다. 스스로를 고칠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게으른 거나 마찬가지다. 




현대 스포츠 환경에서는 선수의 기량이  이상 코치의 역량에만 종속되지 않는다. 선수 본인과 부모가 원한다면,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보는 사방에 넘쳐난다. 스포츠과학에 근거를 둔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블로그, 더 나아가 찾아볼 수 있는 논문들이 너무나도 많다. 정보가 말 그대로 내 손안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수와 부모의 스포츠 과학적 역량이 커질수록 코치 또한  값을 하기 위해 보다 많은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배워야 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핵심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말콤 글레드웰의 주장처럼 어느 분야이든 일만 시간을 투자하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그저 시간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해 오늘 자신이 어떤 정성을 들였는지 돌아봐야 한다. 


혹시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밑 빠진 독에 물을 열. 심. 히. 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에게 따져 물어야 한다.'난 재능이 없어서', '부상 때문에', '코치가 도와주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면 당장 마음은 편하다. 반면에 나의 노력을 의심하는 것은 참 불편한 일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따지기 전에, 지금 내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엄격해야 한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늘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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