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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영 Jul 10. 2021

자소서 쓰던 날

2021.2.18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뇌까리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나의 말이 과녁에 정확히 들어갈 수 있는가, 하는 여부에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고, 특별한 감정과 느낌 역시 떠올리기 어려웠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테지만 막상 현실로 마주하니 참으로 막막할 뿐이다.

밤을 꼬박 새워 만든 자소서가 어떤 운명을 맞이할 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내가 얼마만큼 잘 버텨낼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지새우던 긴 밤의 대부분을 그저 오랜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데 허비했던 건 바로 그 걱정이 얼마나 큰지를 방증하는 것이리라.

나 잘 살 수 있을까? 할 수 있는데 지레 겁먹은 건 아닐까? 누가 아리.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2021.2.22

'탈락'

또 탈락이다. 또 라고 하기엔 2개 밖에 안쓰긴 했지만.

긴 밤 지새우며 써내려간 자소서가, 다시 휴지 조각이 되어 찢겨진 기분이다.

허탈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 길이 맞는지, 깊게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고민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포기할 줄 아는 용기도 정말 소중한 것일테다.


할 수 있겠지?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실은 도망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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