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대치를 벌이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야당인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개정안 처리에 적극 반대하며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언론사의 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를 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데, 해당 개정안에 대해 국내 언론 단체 뿐 아니라 외신들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출처 : 매일경제)
이에 여당인 민주당은 ‘언론재갈법이란 프레임은 전제부터 잘못됐다’며, 해당 개정안은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는 국민들을 구제하는 민생 법안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낙연, 정세균 등 여당의 대권 후보들도 개정안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언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작금의 소동에서, 여당에게는 나름 그럴듯한 명분이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강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과, 언론의 행동에 강력한 징벌을 내리겠다는 위협이 과연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물론 개정안 처리의 주요 명분이 되는 언론의 가짜뉴스, 왜곡된 기사와 같은 문제들은 언론사들이 스스로 성찰하고 자정해 나가야 할 중대한 사항일 것이다. 이러한 사안들로 인해 언론사 스스로 자신의 위상과 신뢰도를 낮춰왔음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권력이 단순히 억누를 수 있는 일부 언론사들의 일탈 행동으로만 볼 수는 없다. 신문, 텔레비전 등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의 위기, 유튜브를 위시한 뉴미디어의 급속한 확장, 영세 인터넷 언론 매체의 난립 등 언론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지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수호하기 이전에, 당장 생존의 문제에 직결한 언론사들은 조회수와 돈을 버는 기사를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이 진정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한다면 언론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환경과 판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혹자는 스스로 존립 가치를 떨어뜨린 언론의 자유를 왜 다같이 보호해야 하는지 되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언론이 단순한 하나의 기업이나 조직이 아닌 사회 감시 기능과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중대하고 특수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업계에 닥치는 위기는 결국 국민의 눈과 귀를 닫는 문제와 직결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권력에게도,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에 제아무리 흠과 결이 있다 한들, 언론의 자유와 역할은 결코 축소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권력이 해야 하는 일은 언론 자유의 축소가 아닌 권력의 그림자와 사회의 이면을 비추는 등불을 계속 켜놓는 일이어야 한다.
법안의 취지를 이해조차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대 권력이 이토록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에 의해 자행되는 문제는 특정 권력에 의해 강압적으로 해결되고 혁파되는 것이 아닌 결국 정보 생산물의 소비 주체인 여론에 의해 결정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언론 개혁’, ‘민생 법안’과 같은 여당의 여러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 뿐 아니라 외신에서조차 터져나오는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여당은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소동이 결국 법안 처리 강행으로 이어질지, 혹은 여당이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로 끝이 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거대 의석 수를 앞세워 언론의 자유에 칼을 겨누었던 이번 사건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더욱이 해당 법안의 입법 당사자들이 ‘민주주의’의 이름을 앞세우고 있는 민주당이라는 사실은, 민주주의를 대표하고 있다는 그들의 도덕적·정치적 위상에 강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