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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영 May 12. 2024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을지로 1가 교차로에 서서 일렁이는 초여름 열기를 느낀다. 거대한 빌딩 아래 북적이는 사람들, 그 뒤로 시원하게 펼쳐진 남산의 푸르름과 맑은 하늘. 언제부턴가 너무 익숙해져 방 안 화초 같은 당연한 광경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나에게도 이곳이 처음이었던 순간이 있었다. 생경하던 서울에서 서울의 이미지와 가장 가깝던 이곳, 바로 이곳에서 가슴이 터질 듯 벅차올랐다.   

  

처음 설레던 그 감정을 기억하는가. 삶도, 사람들도, 하루도 모두 무던해진 요즘에게 화두를 던져본다. 어느덧 3년 차, 손에 익은 일들은 지겹고 재미없어졌다. 오래 알고 지내던 인연들이 편하고 좋지만, 호기심 어린 설렘이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7시 반에 맞춰진 알람에 눈을 뜨고 2호선 전철에 몸을 싣고서, 8시간을 사무실에서 버티듯 보내다 보면 다시 퇴근, 운동과 약간의 휴식을 마치면 끝나는 하루의 반복도 이제는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언젠가 나도 그들에게 설레던 순간이 있었다. 처음 맡은 일을 해내며 느끼던 성취감과 배움의 즐거움, 조금 더 알고 더 다가가고 싶던 사람들, 매일매일이 다르고 새로워서 신기하던 나날들. 그래서 영원히 소중할 것만 같던 존재들. 듣기만 해도 가슴 뛰고 설레던 환상 같던 날들이 지난 뒤엔, 그들은 당연한 풍경되어 처절한 현실만이 발밑에 놓이고 말았다.     


그러나 다시, 처음으로 돌이켜보자. 그 무엇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던, 자신감 넘치고 설렘 가득하던 날들을. 익숙함에 속아 오만하지 않을 자신이 있던 그 시간을. 조금은 서툴렀지만 도리어 무한한 가능성을 꿈꿀 수 있던 그날들을. 차갑게 식어버려 굳어가던 오늘은 결코 여정의 마지막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두 발로 딛고 일어서,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가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 하루와 인연과 순간에 감사하며,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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