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돈과 계약된 시간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때 - 나는 분노를 느낀다. 분노의 이유를 되짚어본다. 첫째는 근로계약 따위로 맺어진 약속을 위반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몸과 마음이 감당 가능한 한계와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요 며칠 야근과 주말 근무가 이어지며, 머릿속은 온통 일로 가득했다. 일이 좋아 일을 하기보다, 생활의 안위를 위해 적당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택한 편이었다. 한때 거창한 꿈도 있었으나, 현실적인 역량과 적성을 고려하여 포기하였고, 어느 정도 일하고 벌어먹고 사는 삶에 만족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균형이 깨지는 순간에는, 어떤 동기나 의지가 붕괴하는 것을 느낀다. 굳이 애써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밤새 해야 하는 것, 그리고 이따금 삶의 집중이 깨지고 나면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채 어딘가를 부유하는 느낌이 들어 울적해지곤 한다.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다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들었고, 스스로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막상 현실로 겪게 되면 마음 다잡기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하기 싫은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떤 것들로 동기 부여 해야 할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살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불투명한 세상, 더 이상 평생직장이라는 것은 없으며 언제 나의 일을 AI에게 빼앗길지도 모르는 시대 속에서 나는 이것을 왜 붙들고 있어야 할까.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쉴 수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허구한 날 모니터만 들여다보느라 온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다. 이것조차 과로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팀장과의 면담도 있었다.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 나를 믿는다는 말, 그리고 앞으로도 애써주라는 말이 요였다. 그러면서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는 편인지 물었다. 스스로도 찾지 못한 답이라, 잠깐 우물쭈물 대다 - 그저 다양한 것들을 배우기 위해 일을 하는 편이라 항상 배우는 마음으로 임한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말았다.
작금의 과로는 결코 많은 돈과 성취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저 내게 맡겨진 일을 잘 해내고 싶었다. 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더 배워가는 내가 보여 좋았다. 물론 열과 성을 다해 배우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 더 잘 보고, 잘 설명하고, 잘 설득하고, 잘 말할 수 있는 법을 터득해 갔다.
매 순간 삶은 내게 새로운 것을 가져다준다. 과로의 순간에도 배움을 이어진다. 어떤 돈과 가치로도 환산할 수 없는. 그렇다면 이 순간도 버틸만한 것이 되는 것이다.
자기 최면 같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서. 여하간 이 고난한 시기가 무탈히 지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