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엔 미련이 그득하다. 한 해의 마지막날, 모두들 손을 바삐 움직이지만 그 시선의 끝은 허공이리라. 어김없이 한 해가 저물어간다. 서른을 채 다 살지 못할 것 같던 나는, 그렇게 서른을 맞이하게 되었다. 얼마 못 가 끊어지던 작은 손금도 어느새 자그마한 갈래길을 만들어두었다. 순간순간 안간힘을 다해 버텨오며, 그렇게 나는 살아남았나 보다.
요 근래 나는 무척이나 바빴다. 그래서 지난 시간을 정리할 겨를조차 없었다. 쓰는 것이 좋고 읽는 것이 좋다던 사람이, 현생에 지쳐할 말을 잃어간다는 사실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슬프게 다가왔다. 이 몇 줄, 이 몇 자 끄적이는 것이 그렇게도 힘이 들어서.
바쁘게 살아가며, 나름 목표라며 세워둔 것은 이뤄 낸 한 해였다. 그럼에도 이렇게나 헛헛한 것은 왜일까. 나의 보잘것없는 목표보다 더 거룩하고 위대한 것들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것에 미치치 못한 채 여전히 헤매고 있는 이 삶이 초라해 보인 탓일까. 내세울 것 없는 삶. 나의 20대는 어떻게 정리될 수 있을까.
걱정과 두려움. 나의 20대를 수식하는 단어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밤새 걱정을 했고, 어쩔 땐 그 걱정의 깊이가 끝이 없어 도망치려고도 했었다. 치열하지 못했던 것, 무언가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지 못한 것. 그러나 모든 것을 바칠 만큼 간절한 것이 없었던 것. 그것이 내 청춘의 가장 결정적 결핍이았다.
그러나 분명 나에게는 경험이 필요하였다. 나에겐 써내려 갈 삶의 이야기와 방황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름의 방향을 찾아 나아갈 시간도 필요하였다. 일도, 사랑도, 방탕한 삶도 경험해봐야 했다.
모두 내게 주어진 삶이었으니까. 기꺼이 감내할 줄 알아야 했고, 헤쳐나갈 줄 알아야 했고, 이렇게 살아갈 기회가 있음에 감사할 줄도 알아야 했다. 아직 그 깊이와 정도가 충분치 않은 것 같으나,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말미암아 나의 서른은 분명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않기로 하자. 때로는 초연한 것들이, 의지의 반대편에 서있는 것들로 인해, 나아가기도 하였으니까. 모두 나의 잘못만 같았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엄밀히는 반추하고, 새로운 10년을 살아가다 보면 미처 겪지 못한 낯선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삶과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자잘한 병치레와 이런저런 고생으로 가득했던 아홉수를 보내며, 그리고 지독했던 나의 20대에게 이제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 어설펐던 나는 이제 또 다른 10년을 기꺼이 맞이하련다. 잘 살아볼 것이다. 최선을 다해, 열과 성을 다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