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조

by 김민영


너와 나 사이에 깊은 바다가 있었다는 사실. 때로 바다의 물때를 착각하여 모든 것이 파도에 휩쓸려 갔었다. 모두 시계를 잘 못 본 탓이다, 울먹이며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딱 2번 맞을 때가 있다는 말에 묘한 희망을 걸기도 했다. 우리는 언젠가 고장나게 될까. 깊은 바다가 때로는 길을 열어준다는 말이, 성경 속에나 나올 법한 허풍이 아니었다는 게. 때로 너가 깊은 바다 아래로 잠길 때 네가 영영 깨어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바다가 저 멀리 달아난 뒤 모습을 드러내는 헛헛한 밑면이 어찌나 우스꽝스럽던지. 모든 것이 잠겨있던 그곳에 혹여나 우리의 흔적이 남아있을까 한참 헤매던 때를 기억하니. 눈이 빠지게 찾아봤지만 그 곳엔 아무 것도 없었다.


파도가 쓸고 간 자리 위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그 당연한 명제를 몸소 확인하고 나서 얼마나 허탈하던지, 비로소 나는 잠식의 깊이를 깨닫고는 생각보다 깊거나 - 깊지 않아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 위로 우리는 미끄러지듯 나아가 온 힘을 다해 헤엄쳐 때로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그리고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너는 무엇을 믿니 저 수면 아래 잠긴 것들을 믿니 물의 무게를 두려워하니


물 위에 뜨지 못하는 나로서는 모든 것이 두렵기만 했다. 가끔은 사해에 가라앉는 최초의 존재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면 서서히 가라앉는다는데 적당히 힘을 주는 법을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


땅이 뒤집어지고 바다가 갈라지고 나면, 당연하던 것이 당연해지지 않으면, 나는 그 위를 걸어가볼게 떠오르고 헤엄치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았으므로


바다가 앗아간 것들을 기억하며

남아있지 않은 것들을 추모하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