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by 김민영


생활의 나른함이 온몸을 짓누르자 비명 대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살아남은 것이다. 이런저런 사정들이 모여 불안한 내일의 형체를 만들어가는 동안 상상력이 풍부한 몇몇 사람들은 두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내일을 산다고 가정한 담론. 결국 그렇게 지나갈 날들이라면 아니 어쩌면 오지도 않을 날들이라면 나는 차라리.


존재와 부존재 그 경계 속에 우리가 있다고 말했다. 태어났기에 살아갔으나 그전에도 그 후에도 세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든 기억과 생각이 감각의 경계 저 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해야 할 것이 많았다. 좌절하기 이전에 질투하기 이전에 주저앉기 이전에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내가 착취하고 혹은 나를 부려먹는 이들이라도 모두가 무탈한 하루를 보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당신의 하루는 과연 무탈했을까, 흔들리고 어쩌면 뒤흔들었을지라도 가히 그리했기를 나는 바란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수면 위로 떠오른다던 마리모. 몇 년 전 생일 선물로 받은 마리모가 먼지 낀 수조 안에 가라앉아 있었다.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를 어떤 경계에 있는 그 상태가 너무 좋아서, 불안한 하루에도 막연한 기대를 준다는 그것을 식탁 위에 두었다. 이제는 떠오를 수면조차 없이 수조가 메말라가는 동안 내 하루도 고되게 지쳐갔었다.


언젠가 너는 떠오를 거니 내가 잠든 사이 혹은 자리를 비운 사이 홀연히 고고히 어쩌면 너는 이따금 떠오르곤 하니 그렇다면 그렇게 나의 희망이 되어줘 불안을 잠재워줘 아니 그전에 나에겐 내일이 있니 가끔 나는 영원히 잠드는 상상을 하곤 해 그렇다면 내가 떠난 세상은 영원하겠니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너는 가끔씩 떠오를 거니


메마른 공기 속에 온몸이 간지러웠다.

아직 살기 위해 온몸이 애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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