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겨울

by 김민영


부어오르는 것이 목인 줄 알았으나 사랑니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확히 아픈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어딘가 염증이 난 것만큼은 분명했다. 이 지리멸렬한 인생에 염이 난 거겠지. 마음만 썩어 문들어진 것이 아니라 몸에서도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


진통제를 찾기 전에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온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정신없이 몰아치던 날이 지나고 잠시간 숨 고르는 시간이 이어진다. 들끓던 분노와 스트레스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마음엔 서서히 평온이 찾아왔다. 메신저가 정신없이 울리지 않음에, 누군가 애타게 찾지 않음에 이렇게 감사할 줄이야. 직장인들이 가장 바라는 하루가 - 아무도 찾지 않고 무탈히 하루가 지나갈 때라고 하더니,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연말연초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야근이 부지기수였고, 자정에 가까운 늦은 밤 집에 돌아갈 때 어딘가 헛헛함과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인간의 감각과 상상이란, 당면한 현상이 꼭 영원할 것 같다는 망상을 불러일으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부추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따금 먹구름이 몰려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맑게 개듯이 세상만사가 다 그런 것이라는 것은 꼭 구름이 지나간 뒤에야 알게 되는 것이었다.


연초에는 늘 그렇듯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하다. 주식은 호황이며 성장에 대한 기대로 다양한 전략들을 고민하기 바쁘다. 그러나 그 빈틈에 실패의 가능성에 대해선 아무도 논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자료조사를 하면서, 그리고 전략을 더 깊게 고민할수록 성공할 자신이 아무래도 없었다.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논하는데, 여기서 삐끗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돌이켜보면 그동안 그 누구도 그 방법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착취하고 갈취해야 하는 것인가. 끝없는 주식의 호황 속에, 세상의 권력자들은 온당한 주권과 영토를 강탈하겠다며 협박을 일삼고 있었다. 그들의 장밋빛 미래와 성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추잡스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정녕 성공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성공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주어진 일을 마치고 테헤란로를 나섰다. 저 먼 중동 국가의 수도 이름을 본 따 만든 이 거리는 번영으로 가득 찼으나, 정작 그곳은 옹졸한 체제를 지키기 위해 애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기리고 무엇을 향해 움직이는가. 문득 이 거리가, 이 빌딩숲에 싫증을 느낀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이곳이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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