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겨울

by 김민영


오늘과 삶이 시야를 자꾸만 흐릿하게 만들 때 그럼에도 내 삶의 행복을 빌어주는 이들이 있음을 기억하자 나의 건강과 나의 성공을 이토록 구린 나였음에도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저 온전히 그렇게 기원해주던 당신들이 있었음에


살을 에는 추위가 계속됐지만 이 계절은 영원하지 않을 거야 이 계절을 버티기 위해 나는 그토록 먹었다 오랜만에 찾은 바버가 나를 보자마자 꺼낸 말도 인사도 안부도 아닌 ‘왜 이렇게 살이 찌셨어요?’ 였다 두쫀쿠니 술이니 이런 저런 것들을 많이 먹었노라고 변명을 하자 겨울이니 그럴 수 있다며 애써 이해해주었다


남녘으로 길게 뻗은 선로를 따라 오랜만에 경기 남부를 찾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 강과 산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겠으나 분명 세상은 조금씩 달라져갔다 모퉁이 너머의 가게도 상호를 바꿨고 조금은 세련된 구색을 갖춘 동네도 그리고 이곳에서 지난 역사와 추억을 반추해 본다 우리도 언젠가 역사가 되고 말 것이다


추위를 피해 들어간 한 쇼핑몰에서 영화를 본다 삶의 경로에서 끝내 이어지지 못한 인연들을 기리는 영화를 앞에 두고 극장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어디서 그렇게 인연의 끈을 놓치고 만 것 인지 얼마나 대단한 것들을 꿈꿨길래 그깟 알량한 마음이 뭐가 대수였길래 우리는 늘 잃어버리고 후회하고 원망하고 슬퍼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당신들과 함께일 수 있어 기뻤다


짧기만 한 주말은 일몰을 돌아 일상으로 굽이치고 있었다 월요일을 앞에 두고 나는 꼭 편의점에서 파는 5개입 바나나를 샀다 아침의 공복을 달래주는 딱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먹을 양을 삶은 늘 날 궁핍하게 만들었고 입 속에 자꾸 무언갈 집어넣지 않고서는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어김없이 편의점에 들러 바나나를 사 집으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어떤 안도감에 휩싸인다 꼭 급류에서 표류하던 중 운좋게 작은 나뭇가지를 잡은 사람처럼

어쩌면 이 강물 위로 뛰어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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