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by 김민영

남겨진 것은 산 사람의 몫 다정한 기억도 내가 다 안고 살아갈게 야속한 마음 불쑥 튀어나오던 모진 모습 빛바랜 우리의 기억 모두 어둠이 찾아오면 더욱 짙고 쌉싸래한 시간과 마음마저도 일평생 어떤 의미를 찾아 떠돌던 우리들 당신들은 이제 좀 답을 찾았으려나 우리가 정말 바란 건 어쩌면 구원일지도 몰라


미사일이 건물을 사람을 세상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았어 그리고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이 연일 뉴스를 가득 채웠어 그러나 무너진 세상이 뉴스거리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잔해 위에는 무엇을 세울 수 있을까?


죽음이 두렵다는 나에게 너는 무덤 위를 올라가보자는 말을 했어 저 큰 무덤도 영겁의 시간도 모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아무 것도 아닌 그 위에서 나는 비로소 당신과 가까워졌음을 깨닫고 안심하였다 그리고 비로소 하늘 위에 떠있는 별을 바라보았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 진짜 장례식이 시작된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숨쉬며 살아가는 매일매일이 진짜 장례식인 셈이지 문득문득 당신을 그리워할 것이며 때로 원망하다 웃다 잠이 들 것이다 그리고 어렴풋이 죽음을 상상해 볼 것이다 그러나 당신들만큼 잘 알지는 못하겠지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고통스러울 때 그러나 모든 고통과 슬픔과 절망은 산 사람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내게 주어진 숨을 모두 몰아쉴 것이다 처절히 살아남기로 결심한다 기꺼이 죄를 짓고 말을 걸고 땀을 흘리고 손을 내밀 것이다


당신들의 손을 따스히 쥐어지는 상상을 한다 무슨 말을 건네오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는 못한다 그리하여 다정히 안아준다 한 세대가 무너진다 세상이 무너진다 그러나 우리는 손을 쥐어 잡고 그렇게 이어져 간다 당신의 세상이 나의 세상이었다 당신도 나도 끝내 생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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