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시작 전날, 퇴근하자마자 나의 VIP 휴가 메이트를 픽업하러 터미널로 달려간 알감자. 전남 순천에서부터 바리바리 짐 싸매고 올라오고 계실 엄마를 위해 조금 여유 있게 도착해 오랜만에 고터역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항상 2시간이면 달려오는 기차보다는 2배 이상 걸리더라도 쉬엄쉬엄 오는 버스가 편하다는 그녀. 엄마는 그때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라고 느껴져서 버스로 올라오는 여정길이 가슴 설렌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모녀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튿날 시작될 강원도 여행을 위해 일찍 눈을 붙였다.
여행 당일 아침, 부지런히 준비를 마치고 강원도로 향했다. 중간에 가평휴게소를 들러 소떡소떡 냠 회오리감자 냠. 가평휴게소는 푸드아울렛이라 일컬어도 좋을만큼 먹거리 별천지다.
그렇지만 이곳에 빠져 허우적대기엔 우리의 강원도 일정이 더욱 군침도는 까닭에 요깃거리를 마친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열심히 달리고 달려 곧바로 향한 첫 번째 장소는 바로 고성의 봉포 해수욕장. 차문을 열자마자 훅 꽂히는 짭조름한 바다내음과 철썩철썩 바위를 치는 파도소리 덕에 해변에 도착한 것이 실감 났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반짝이는 금빛 모래 해변. 괜히 동해바다가 맑고 투명하기로 유명한 게 아니다. 오죽하면 동해바다로 노래를 만들었을까.
신발은 잠시 맡겨두고, 엄마와 맨발로 꽤 오랜 시간 봉포 해변가를 거닐었다. 이따금씩 어퍼컷으로 훅 들어오는 파도들 덕에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둘 다 물세례를 맞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쯤이야 털어버리고 씻으면 되지~'란 가벼운 마음으로 기꺼이 치마 끝자락을 바닷물에게 다 내주었다. (덕분에 짠내음이 가득해졌다...)
오랜 친구의 추천 덕에 봉포해변 바로 앞에 위치한 펜션에 숙소를 잡았다. 강원도에 묵는 3일간, 모녀를 포근하게 감싸줄 숙소로 아주 제격이었다.
엄마는 창 너머 들리는 은근한 파도소리가 너무 좋다며 연신 신나 하셨다. 나도 화려하거나 미용적인 부분에 치우친 숙소보다는 다소 작더라도 정갈한 분위기를 가진 이곳을 선택하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창 너머를 통해 바라보는 바닷가의 모습. 금방이라도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올듯한 숙소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비로소 휴가임을 실감한다.
물질(?)을 하면 역시 배가 쉽게 고파오는것 같다. 둘 다 담백한 한정식을 좋아하는 터라 저녁은 고성 산 중턱에 위치한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가게는 고즈넉하고 한산했다. 인테리어로 쓰이던 구형 벽난로도, 시계 밑에 매달려 동동 묶여있는 작은 메주들까지도 참 아기자기했다.
싱싱한 쌈채소를 두 겹씩 쌓고 고기를 한가득 입안에 넣었다. 특히 뭉근하게 끓인 된장국이 참 진하고 맛있었다. 돌솥에 누룽지까지 야무지게 긁어먹은 뒤, 배부른 배를 통통 치며 모녀는 사장님께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