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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알감자 Aug 07. 2023

살림과 친해지는 중입니다

초보 살림러의 기록




살림을 하다 보니 곳곳에서 불쑥 찾아오는 막막함이 있다. 그럴 땐 '어떻게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챙겨가며 사는 걸까. 내 주변 사람들도 이렇게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란 상념이 든다. 살림의 영역은 방대하며 이를 살뜰히 챙기는 것은 여간한 부단함으로도 쉽지 않음을 체감하는 요즘. 자취 경력을 십분 덧대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는 초보 살림러의 소박한 살림을 기록하고자 한다.



1. 주방/생활용품 정리


이사를 오고 나서 가장 먼저 구매한 아이템은 자석 스케줄 보드 2종이다. 서로의 스케줄을 잊어버리지 않고 체크할 수 있는 월간 스케줄 보드, 루틴하게 해야 할 일과 보이지 않는 냉동음식 재료들을 잊지 않고 챙겨먹기 위한 무지 스케줄 보드를 사용 중이다. 

우리 집은 재활용 버리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어 잊지 않고 챙겨야 한다. 일주일치 재활용이 정신없이 쌓이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분리수거 바구니를 따로 마련했다. 이케아에서는 빨래주머니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인데, 형태가 흐물거리지 않고 내부가 코팅되어있어 오염에도 강해 분리수거함으로 사용하는 중이다.



세탁과 건조를 마친 수건들은 호텔식 수건접기로 말아두고 있다. 이 수건접기는 소꿉친구가 알려준 살림팁인데 보기에도 정갈하고 수납하기에도 효율적이라 계속 고수할 예정이다.

엊그제는 친한 직장동료들에게 스탠드형 스팀다리미를 선물로 받았다. 이전까지 7년 내내 판다리미를 사용했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래 다리면 옷감이 번들거리기도 했었다. 스팀다리미는 구김이 쉽게 가는 여름 셔츠나 하의를 다리는 데에 아주 요긴하게 사용될 살림템이다.



2. 식재료 정리


대파는 탕류, 볶음, 라면, 계란찜 등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자주 활용되는 식재료다. 신선한 흙대파를 1단 사서 흰 부분과 녹색 부분을 나눠 손질하고, 나머지 절반은 잘게 채 썰어 각각 지퍼백에 담아 냉동보관하고 있다. 찾아보니 대파 보관은 조금 더 용이한 방법이 있는 것 같아 다시 공부해보려고 한다.

시원한 맛을 좋아해서 다대기 오이를 많이 사두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남아 수제 오이피클을 담갔다. 색깔이 예쁜 파프리카와 함께 뭉근하게 끓인 뒤 식혔다가 냉장고에 두고 먹었다. 확실히 시판 오이피클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달큰새콤해서 맛있었다.

토마토도 종류별로 많이 사두었더니 둘이서 먹기엔 역부족이었다. 무르기 전에 끓는 물에 껍질을 살짝 데쳐 토마토 주스로 갈아 시원하게 마셨다. 다음번엔 올여름이 가기 전에 수박주스도 해먹어 봐야지.



3. 반찬 요리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자요리가 식탁에 빠질 수 없다. 다양한 감자요리 중 주로 햄감자채볶음을 해먹는데, 스팸 라이트가 내 기준엔 적당한 짭짤함을 내줘서 맛 조합이 제일 좋다고 느꼈다. 

아침 출근길엔 종종 냉장고에 남아있는 스테디 재료들로 베이글 샌드위치를 해먹는다. 계란, 토마토, 상추, 슬라이스치즈를 넣고 아랫부분엔 딸기잼, 윗부분엔 시저샐러드 드레싱을 발라먹는다. 이때 중요한 점은 글래드 매직랩을 활용해 음식을 포장하면 시중에 판매되는 것처럼 예쁜 모양을 낼 수 있다. 이 매직랩은 또다른 소꿉친구이자 살림 선배의 꿀팁이다. 주변에 살림 스승들이 많아 마음이 아주 든든하다. 



여름철엔 시원한 콩물국수가 불현듯 땡기는 날이 있다. 경남 진주에서 유명한 콩물을 주문해 소면을 삶고 고명을 올렸다. 특성에 따라 설탕을 넣기도, 소금을 넣기도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안넣은 고소한 콩물 파다.

냄새와 손질이 두려워 고민만 하던 생선요리도 도전했다. 손질한 자반고등어에 올리브유를 조금 두른 뒤 에어프라이기에 바싹 구워 올리고, 뭉근하게 끓인 두부된장찌개와 함께 저녁상을 차려먹었다.


언뜻 생각해 보면 살림이란 건 아무도 그 범위나 한도를 정해주지 않는 영역 같다. 그저 스스로가 터득한 만큼의 범위와 속도로 갈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어쩔 때면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나와의 사투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가 이 살림이라는 행위에 애착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그저 살림과 계속해서 친해지고 싶은 마음 뿐이다. 조금 주춤거리다가도 차근차근 터득해 나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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