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오랜만에 끝까지 읽고 싶어서
새벽까지 밤을 지새우게 만든 책을 만났다.
바로 하퍼 리 작가의 [앵무새 죽이기]
성경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책 1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모두가 읽어야 하는 미국 고전 25선
등 화려한 수식어들이 붙는 책으로
독자들로부터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미국 고전문학이다.
과연 어떤 부분이 수많은 이들의
감정을 요동치게 했을까 궁금했는데
읽고 나니 왜 그리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았으며
오랜 기간 동안 회자됐는지 알게 됐다.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어린 소녀 스카웃 핀치는
변호사 아버지 애티커스
그리고 오빠 젬과 함께 살아간다.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절,
흑인 피고의 변호를 맡은 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에게 받게 되는 분노와 차별을
남매는 옆에서 직접 목격한다.
어린 소녀 스카웃은 왜 옳은 일을 하는
아버지가 비난받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어른들의 편견과 침묵을 경험한다.
재판은 정의와 상관없는 결과로 끝나버리고
세상이 항상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스카웃은 타인을 이해하고
양심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내적 성장의 첫 단계를 밟는다.
책에 등장하는 앵무새(mockingbird)는
우리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고
그저 노래만 부르는 존재로
무고한 사람, 약자, 사회적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를 상징한다.
그런 앵무새를 죽인다는 것은
죄 없는 사람을 사회의 편견이나
폭력으로 파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죄 없는 존재인 앵무새를 해치는 것은
가장 큰 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 책에서 집중해야 할 점은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의
시선에서 쓰인 것이 아니라
어린 9살 딸 스카웃의 시선에서
쓰였다는 점이다.
아빠 애티커스 핀치는 이길 수 없는 사건인걸
알면서도 흑인 피고의 변호를 맡는다.
스카웃은 아빠가 이기지도 못할 승부를
애초에 왜 시작하는지 궁금했다.
아빠는 얘기하셨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용기"라고.
세상은 늘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정의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롭게 살려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이
아이를 어른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정의는 다수의 의견이 아니라
개개인의 양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등장할 때마다 띠지를 붙였는데
마음에 깊게 박히는 구절이 너무 많아
인덱스 띠지가 부족할 정도였다.
특히 아빠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가
억울한 누명을 쓴 피의자 톰 로빈슨을 위해 펼치는
최종 변론 부분은 장장 5페이지에 달했는데
모든 문장이 전부 감명 깊어
세로로 띠지를 길게 붙여둘 만큼이었다.
내 아이에게도 애티커스 핀치 같은
부모가 되어주고 싶다고 느낀다.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진심으로 바라는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