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5일. 사랑스러운 딸이 태어남을 기점으로 우리 부부 특히 나의 삶에는 큰 변화가 일었다. 직장인이자 아내에서 "엄마"라는 신분이 추가되면서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고민과 생각들이 무수히 생겨났다.
직장인은 7년, 아내는 3년 찬데 엄마는 이제 갓 한 달째라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 더군다나 육아라는 것은 한 사람이 오롯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길고 긴 시간을 늘 가르치고 성장시켜야 하는 일이다.
낳고 보니까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려는 시도였는지를 깨닫는다. 내가 열심만 다한다고 해서 마냥 따라주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막막하기도 하다.
아기가 유난히 울음을 그치지 않아 몇 번을 어르고 달래다 보면 손목이며 허리며 저릿저릿한 통증에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있다. 한숨을 푹 쉬다가도 아기가 가슴팍에 폭- 하고 안기면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온기가, 꼬수운 분유 냄새가, 살랑살랑 턱을 간질이는 머리카락의 촉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작고 연약한 존재가 우리를 믿고 험난한 세상에 태어났구나 싶어 신기하고 벅차오르는 순간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지난한 과정을 함께할 든든한 동반자 남편이 있다는 점이다. 가장이자 남편 그리고 아빠가 되었다는 점에서 나와는 또 다른 부담감과 책임감이 자리 잡고 있겠지. 살면서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지겠지만 또 우리는 그럭저럭 잘 헤쳐나가고 있겠지. "우리 가족"이라는 더 단단하고 끈끈한 울타리가 생겨난 듯하다.
이따금 상황이 허락할 때엔 평상시처럼 책을 읽곤 한다. 얼마 전엔 김혜진 작가의 소설 <딸에 대하여>를 읽었는데, 책 속 주인공인 엄마의 말 중에 "딸을 정성으로 키워놓았더니 자기 혼자 큰 줄 알고 든다."라는 내용이 있다. 예전이었다면 딸의 심정에 이입했겠는데 낳고 보니 엄마의 심정이 사무치게 공감된다. 나도 우리 엄마에겐 나 혼자 큰 줄 알고 대했으려나.
어찌 됐든 내 삶엔 큰 변화가 일었지만 매 순간은 안락하고 편안하다고 느낀다.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짧은 에세이를 쓴 까닭도 지금 순간에 드는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다.
집에 있을 나를 위해 퇴근길에 음식거리를 한가득 장 봐오는 우리 남편. 울고 목을 가누고 발길질하며 자기 나름대로 열심을 다해 살고 있는 만 0세 우리 딸. 사랑하는 우리 가족 앞으로 행복하고 안온한 순간들 많이 많이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