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사하라 사막 모래 폭풍 피해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색이 이상했다. 며칠 바람이 불고 흐린 날씨가 계속되기는 해도 흐린 날의 회색빛 하늘과는 달랐다. 주황색 조명이 온 세상을 비추는 것처럼 묘한 느낌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어? 하늘 색깔이 왜 이래?"
몸에서 일어난 첫 번째 반응은 덜컥 겁이 났다. 압도하는 대자연 앞에 선 초라한 인간의 본능적인 반응이다.
"와 무섭다. 분위기가 장난이 아닌데."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말고 꼼짝없이 집 안에만 있어야 해."
창밖을 보며 걱정스러운 듯이 아내에게 소리쳤다.
"창문 열린 곳이 있는지 확인해 볼게."
아침부터 분주하게 집안 이쪽저쪽을 뛰어다니며 문이라는 문은 모두 닫았다.
뉴스에서는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 온 모래 폭풍으로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서부 및 중부 지역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야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에서나 보던 모래로 덮인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바로 그 사하라(Sahara)다. 세상에나 그 사하라 사막이라고? 구글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서 봐도 영화와 상상대로 사막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위성사진에 있는 붉은색 동그라미가 우리가 사는 포르투갈 알가브 지역이다. 사하라 사막이 바로 바다 건너다. 바다 건너 나라가 아프리카 북서부의 모로코다. 간혹, 모로코 쪽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배가 해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사람들이 사용한 것으로 해안경비대는 추정한다. 작은 배를 타고 와도 될 정도로 가깝다. 잊고 살다가, 그런 뉴스를 접할 때 아프리카가 가까운 저 쪽 바다 건너에 있음을 기억하게 된다. 아프리카는 한국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여전히 먼 나라니까. 새벽에 찍힌 위성사진에는 여전히 붉은 모래 바람이 우리 동네를 휩쓸고 있다. 무섭다 무서워.
사하라 모래 폭풍은 산화철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붉은색을 띤다고 한다. 아프리카 북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강한 바람이 사하라 사막에서 모래를 집어서 대기 중으로 높이 들어 올린다. 이때 남쪽에서 부는 바람이 모래 먼지를 유럽 쪽을 향해서 밀어 올리면서 발생한다.
사하라 사막 모래 폭풍에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 있는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지역은 특별히 대기의 질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대기의 질은 정상치보다 약 5배 정도 악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높은 밀도의 모래 먼지는 지역 주민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특별한 대기 오염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모래 폭풍으로 모래가 섞인 대기는 호흡을 어렵게 만들고, 천식 발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현재,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는 한낮에도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물들고, 스키 리조트는 오렌지색 눈으로 뒤덮이는 기이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방금 밖에 나가보니, 구석진 바닥에 제법 많은 모래가 쌓여있고, 하얀색 의자에 모래 먼지가 내려앉아서 주황색 얼룩으로 엉망이다. 비가 내려서 씻어주지 않으면 청소할 일이 난감하다.
이상 기후에 약방의 감초처럼 처방되는 것이 지구 온난화다. 육지와 해양의 기후 온난화로 기후 변화가 생겨서 사하라 사막의 모래가 유럽으로 더욱 빈번하게 날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게다가, 북부 아프리카의 사막화가 심화되고 있고, 기온의 변화로 발생하는 지중해의 강한 바람이 모래 폭풍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론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 어쩌지?
먼지 입자가 태양 광선을 산란시키면서 저녁노을이 오렌지 색과 붉은색으로 아주 멋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분들도 있다. 주말에 비가 올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높은 밀도의 붉은색 먼지와 비가 섞여서 '핏빛으로 비가 내릴지도'(Blood rain) 모른다고 한다. 완전 호러 영화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