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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 : 도덕과 인간

생명은 창조되어질 수 있는가

by 화양



뮤지컬 좀 좋아한다고 하면 프랑켄슈타인은 한 번쯤 봤겠지만... 사실 난 처음이다. (뮤지컬을 10년 가까이 봐 왔는데도 불구하고)

이유는 뭔가... 타이밍이 안 맞음 + 너무 비쌈!! 이라서다. 대극장 몇 번 가 본 결과, 대부분의 대극장 뮤지컬들은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었는데, 최근 엘리자벳-더 뮤지컬 라이브를 보고 프랑켄슈타인도 본 후에 마음을 좀 바꾸었다. 대극장... 돈 값을 하는 듯.


사실 프랑켄슈타인 원작 (메리 셸리 작) 을 정말 좋아해서 닳도록 읽었기에 더더욱 뮤지컬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아래로는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우리는 '인간적이다'라는 말을 무척 많이 하는데, 이 인간적임이란 대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인간적이라는 말은 마냥 좋을 때만 쓰지 않는다. 보편적으로 행실이 좋을 때에 많이 사용하지만, 사실 인간적이라는 말은 '입체적이다'라는 말의 대체어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절대 한 면만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하고 고귀하기만 할 수도, 악랄하고 폭력적이기만 할 수도 없다. 인간은 지성이 있으며 저마다 자신의 목적을 갖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에 자신만의 여정이 있고, 그 여정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삶이고, 죽음으로의 과정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규현 분)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괴물(박은태 분)은 사람을 해치고, 사랑을 느끼고, 이용당하고, 고뇌하고, 슬퍼하고, 외로워하다가, 결국 복수라는 목적을 가슴에 품고 이동한다. 그것은 인간의 삶의 궤적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에게도 목적이 생긴 것이다.

창조주에게 복수하겠다는 목적.

그것이 그를 비로소 인간답게 만들었다. 살인과 폭력을 저지르는 인간을 증오하면서도, 결국 똑같이 살인과 폭력을 저지른다. 인간만이 가진 양면성을 '괴물' 역시도 가지고 있다.


'괴물'은 작중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괴물인지 인간인지 다른 존재인지에 관해 계속해서 자문한다. 사랑받지 못하고 환영받지 못하는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자문한다. 하지만 그것은 '괴물'이 아닌 어떤 '인간'에게도 분명 해당된다.


인간은 어떻게 규정되는가? 창조된 인간도 인간인가? 팔다리가 붙어 있으면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 지성이 있다면? 말을 하면? 공격성이 없다면? 지능이 높다면? 신의 섭리대로 태어난다면?

<서브스턴스>에서도 주인공이 추악한 모습으로 등장하자, 모두가 '괴물'이라며 손가락질했다. 그렇다면 '괴물이 아닌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서브스턴스>에서도, <프랑켄슈타인>에서도 필히 생각해 보아야 할 주제일 것이다.


빅터가 '괴물'에게 기대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친구인 '앙리'의 모습이다. 그는 생명을 '창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죽은 의식을 잠시나마 붙잡아 두고 싶어 할 뿐이다.

그렇기에 앙리의 얼굴을 가진 '괴물'이 탄생했을 때, 그는 생명이 창조되었음에 기뻐하기보다는 '앙리'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한다. 심지어는 '괴물'이 죽을 때에도 자신이 '앙리'를 죽였음에 괴로워한다.

결국 괴물은 새로 태어난 자기 자신, 그 존재로는 인정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빅터는 작중에서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괴물'에 가까운 존재다.

'괴물'과 빅터는 그래서 무척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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