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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외국에서 배워와야 한다고요?

우리나라 역사 속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

by 솔스


2017년 이후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 동물이 국가에 등록된다. 반려동물을 버리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실제로 처벌 되는 사례는 드물다. 반려동물을 버리면 더 큰 처벌이 내려지는 해외의 여러 나라들이 있다. 하지만 과거의 한국에서도 동물을 유기해서 지금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받은 사람이 있다. 바로 1504년 사옹원(임금의 식사를 준비하던 기관)의 내관 임 세무다. 임 세무는 쥐를 잡으려고 고양이를 풀었다가, 고양이를 잃어버렸다. 이에 연산군은 매우 화를 내면서 그를 매질하라고 했다. 유기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과거의 한국에서는 동물을 물건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데카르트


동물을 함부로 대해서 안 된다는 것은 꽤 많은 문화권에서 통용되던 상식이었다. 심지어 고려시대에는 도축을 금지하기도 했다. ‘동물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는데 큰 영향을 준 것은 데카르트와 베이컨 등의 ‘서양’ 철학자들이다. 그들은 동물을 기계와 다름없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기 전, 동물을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지금보다 높았을 수도 있다. 동양은 보수적이고 서양은 더 진보적이라는 인식을 우리는 은연중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양의 보수성은 어쩌면 서양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진보성을 모두 말살시켜버린 제국주의를 빼놓고 ‘진보적임’과 ‘보수적임’을 이야기하기란 어렵다.


펫샵을 법적으로 금지한 국가에 대한 이야기, 공장식 축산을 법적으로 규제한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컴퓨터를 켰다. 정보를 찾는데 ‘서양’의 법들이었고, 서양에서 동물권 운동이 시작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 데카르트와 베이컨이 생각나서 글의 방향을 바꿔 한국에 대한 이야기에 중점을 둔 글을 썼다. 동물과 관련된 철학을 중심으로 잘 정리된 서양의 책들은 많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역사 안에 있는 철학들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한국의 동물권 철학을 누군가 잘 정리하고 그 책이 번역되어 서양 국가로 팔려 가길 바란다. 우리나라에는 공장식 축산이 없었고, 도축금지령은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글쓴이: 이권우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유기동물 보호소에 가보았고, 동물과 관련된 행사를 여러 차례 기획했습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한 동물권 단체 직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호주에 가서 초원 위 동물들을 만났습니다. 작년 1월 말 한국에 귀국하여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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