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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스 Jul 21. 2021

불이 나면 창문을 열고 우리 고양이를 내보낼 거야

재난과 동물

영화의 단골 소재 ‘재난’ ‘아포칼립스(Apocalypse)’는 어느새 현실과의 벽을 부수고 있다. 코로나 19만 생각해보아도 그렇다. 영화 같은 일을 우리는 매일 경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와 계속 함께했던 장마, 태풍도 우리에게 ‘재난’ 상황을 가져다준다. 이번 달에도 장마로 인한 큰 피해들이 있었다. 이런 ‘재난’ 상황 속에는 인간만 노이지 않는다.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 모두에게 재난은 찾아온다. Alia에 저번 주 업로드된 글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 근데 제가 물어요’에서 소개한 두 번째 영화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2007)’를 통해 지구 멸망과 반려동물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지구 멸망 시 우리는 어떻게 동물과 피난 갈 수 있을까? 혹은 지구 멸망이 아니더라도 심각한 재난환경에서 어떻게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 대처해야 할까?


비상대처 요령 (행정안전부)

행정 안전부는 ‘애완동물 재난대처법’을 공개했다. ‘비상사태 기간 동안 담당 수의사나 조련사가 동물을 위한 대피소를 제공하는지 알아보십시오’라며 개인에게 직접 동물이 갈 수 있는 대피소를 찾아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밖에 친구나 친척의 공간에 동물이 머물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설명한다. 사실상 ‘재난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어디로 가면 된다!’라는 방식의 매뉴얼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행정 안전부의 ‘비상 대처 요령’에서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습니다’라고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 19 감염되면, 반려동물은 누가 돌보지?’라는 이름의 임시 보호 서비스를 각 지자체가 운영 중인 것을 홍보했다. 여기서 당황스러운 것은 이 내용을 ‘행정 안전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가 냈다는 것이다. 안전과 관련된 사항이 아닌 문화로서 이 내용을 다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 또한 각 지자체의 담당 부처도 제 각기다. 서울시의 경우 동물 보호과이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농축산과, 시장경제과, 경제과 등 부처의 통일성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동물보호과가 없는 지자체가 대다수다) 제각기의 부서가 무슨 문제가 되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큰 문제다. ‘재난 시 동물 대피’를 담당하는 정확한 부서 없다면 각 부서가 문제를 떠넘기다 일 처리가 느려지거나 진행되지 않기 쉽다. 이 서비스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가 만들어진 시기만 생각해보아도 그렇다. 코로나 19가 사회의 큰 이슈가 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 공유한 배경이 어찌 된 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으나, 발 빠른 정보와 서비스는 아니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에 걸려 집에 있는 동물을 돌볼 수 없는 이들에게 마땅한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 동물이 개, 고양이와 같은 동물이라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나름의 동의를 얻어 낼 수 있겠지만, 달팽이, 물고기, 곤충과 같은 동물이라면 도움을 요청했을 때 수차례 거절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느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할까? 머리를 맞대고 이것저것을 고민해야겠지만, 꼭 필요한 한 가지가 있다면 ‘반려동물 동반 가능 대피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이다. 집에 불이 나서, 지진이 나서 집이 무너져 갈 곳 잃은 사람과 강아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지인이나 친구, 친척 집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사실상 반려동물과 생이별을 하던가, 개인의 힘으로 대피해 있을 공간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져야 할 첫 번째 변화는 ‘반려동물 동반 가능 대피소’다.


기후변화는 심각해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새로운 재난이 다가올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이 상황 속에서 정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지 않으니, 우선은 스스로 준비해보자. 먼저 반려동물과 피난 갈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알아두자. 그리고 반려동물 사료와 물, 이동 케이지 등을 빠르게 챙길 수 있도록 위치를 잘 기억해 두자. 또한 반려동물이 무서워할 때 어디로 숨는지 알아두자. 재난 상황에서 인간만큼이나 동물도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어딘가 꼭꼭 숨어 버린 동물을 찾다가 변을 당하는 사람들이 줄 곳 있다고 한다.


내가 지켜야 할 존재가 있는 사람들이 재난 상황에서 더 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지키지 않으면 죽는 존재들을 돌보기 위한 우리의 이타적 의지가 우리 자신도 살려주지 않을까?




글쓴이: 이권우

2012년 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수 많은 유기동물 보호소에 가보았고, 동물과 관련된 행사를 여러차례 기획했습니다. 2017년 부터 2019년까지는 한 동물권 단체 직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호주에가서 초원 위 동물들을 만났습니다. 올해 1월 말 한국에 귀국하여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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