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스 Nov 03. 2022

왜 생명체는 지구 각지에 있을까?

우리는 널리 퍼진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지역에는 생명체가 살아간다. 북극, 남극, 사막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다. 처음부터 지구 각지에 생명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방어막 같은 역할을 해 주는 물속에만 생명체들이 살던 시대도 있다. 왜 생명체들은 물 밖으로 나왔을까? 왜 적도 근처에 살던 인간은 툰드라에서도 살아가게 되었을까? 여러 가설이 존재하지만 모두 가설일 뿐이다.



누군가와 싸우다가 그들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갔을 수도 있고 한적한 곳이 좋아 떠났을 수도 있다. 떠날 수 있는 권리는 모든 생명체에게 보장된 권리였다. 물 밖을 떠날 수 있는 권리, 적도를 떠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떠날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된 존재들이 많다. 개 농장의 개들. 공장의 소, 돼지, 닭들. 동물원의 낙타와 북극곰, 돌고래들. 매일 같이 맞는 반려동물들. 가정폭력 피해자들. 어떤 국가에서 박해받는 인간들. 1m 목줄에 묶여 있는 강아지들. 떠날 수 없는, 혹은 떠나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존재들이 수도 없이 많다.


떠날 수 있는 권리는 중요하다. 실제로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게 해주는 호르몬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이제 지구에 빈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떤 곳으로 떠나면 그 공간의 존재들이 텃세를 부린다. 서울 생활에 지친 이들이 시골로 떠나면 동네 사람들의 텃세로 힘들어하기 일쑤다. 박해받는 존재들이 본인이 태어난 지역에서 다른 나라로 이주하려면 수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그 나라에 거주할 권리를 위해서 때론 싸워야 하며, 때론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결국 기존에 거주하던 존재들이 떠날 수 있는 권리를 박탈시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모두 어딘가로부터 떠나온 동물이라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인간은 물에서 육지로 나왔다. 아주 오래전 적도에 살던 인간들은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인간이 지구에 퍼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존재들이 분명 존재한다. 적어도 먹을 수 있는 풀, 열매들이 있었기에 인간은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지구와 연결된 한 종의 동물로서의 인간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이렇게 살아남을 수 없었다.


어딘가로부터 떠나온 존재를 환대하자. 우리도 환대받았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구는 애초에 떠나온 존재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물속 작은 세포로부터 시작된 우리는 생긴 것이 다를 뿐 어딘가에서 계속 떠나왔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이주한 강아지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태어난 지역에서 이주한 인간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차별이 사라질 때 누군가가 떠날 권리가 점점 보장된다. 유기견들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탈출할 수 있는 세상이 된다. 돼지와 닭, 소들이 공장에서 떠날 수 있게 된다. 박해받는 인간이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 있게 된다.


떠나온 존재로서, 떠나온 존재를 환대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글쓴이: 이권우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작가의 이전글 반려닭의 죽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