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유기 동물, 코끼리 쇼, 돌고래 쇼의 성지 제주
10월에 제주에 약 3주간 머물렀다. 낮은 건물들, 푸른 바다가 어디를 가나 있었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제주는 동물들에게 가혹하다.
돌고래 쇼
제주도에는 남방큰돌고래가 산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를 봤다면, 남방큰돌고래를 본 것이다. 쇼를 하던 그 돌고래는 제주 앞바다에서 잡혀 온 돌고래다. 지금도 돌고래 쇼는 지속된다. 바다를 누비는 돌고래는 작은 수조에 갇혀서 쇼를 한다. 돌고래가 만드는 음파가 작은 수조에서 반사되고 반사되어 돌고래는 공간을 제대로 지각할 수 없다. 높게 점프했다가, 사람이 서 있는 곳에 떨어져 즉사하기도 했다. 바로 앞에 있는 바다로 갈 수 없는 돌고래는 지금도 제주에서 살아간다.
코끼리 쇼
제주에는 코끼리 쇼도 있다. 코끼리는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 다니는 생명체다. 또한 청각이 굉장히 발달해서,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런 코끼리는 관광객의 시끄러운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를 들으며 쇼를 한다. 감정 능력이 발달한 코끼리는 쇼를 시키기 위해서 하는 ‘교육’이란 이름의 ‘학대’를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유기 동물
제주에는 유기 동물도 많다. 최근 많은 항공사에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물과 함께 비행기를 타면 이벤트로 선물을 주기도 하는데, 누군가는 동물을 버리기 위해서 제주를 찾는다. 도시가 아닌 곳에 동물을 버리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반려동물을 섬에 버리는 행위는 그 동물에게도 몹쓸 짓을 하는 것이지만, 섬에 살아가는 원주민인 동물들에게도 몹쓸 짓을 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제주도 생태계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다.
경주마
제주에는 경주마가 있다. 오로지 인간의 도박을 위해서 길러지는 동물이다. 이들은 빠르게 달리지 못하면, 도축장으로 가 고기가 된다. 주로 반려동물 사료로 전락한다. 물론 좋은 성적을 거둔 말도 퇴역 후 고기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개조된 말들은 발목이 부러지기도 하며, 넘어져서 목이 부러져 죽을 때도 있다.
동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제외하고서도 제주도는 복잡한 공간이다. 공항에 도착한 외국인의 난민 신청을 거절하기 일쑤며, 섬을 군사화해 해군기지를 만든다. 또한 이곳저곳 개발해, 숲에 살아가는 원주민을 쫓아낸다. 누군가에게는 쉼을 주는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파괴와 고통의 공간이 제주다. 사람들에게 쉼을 주기 위해서 돌고래쇼, 코끼리 쇼, 경마는 필요하지 않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새들, 곤충들, 산호, 돌고래들이 우리에게 쉼을 선사할 것이다. 제주도가 우리에게 진정한 쉼을 선사하는 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글쓴이: 이권우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