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역사
KB금융지주가 내놓은 '2021년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30%인 1,448만 명이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고양이와 강아지다.
이번 글에서는 강아지의 역사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세포에는 자신만의 유전물질을 가진 ‘미토콘드리아’라는 것이 있다. 이 미토콘드리아는 아빠와 엄마 모두에게서 받지 않는다. 오직 엄마로부터만 받는 세포 소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의 유전물질을 조사해서 엄마 쪽 계보를 알아낼 수 있다. 1997년 스웨덴의 생물학자 찰즈 비라 박사는 이런 방식으로 개의 조상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개의 조상은 늑대이고, 개와 늑대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거의 없으며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와 늑대는 교배가 가능하며 자손의 번식도 가능하다. 따라서 ‘인간과 친한 늑대’가 개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개가 늑대로부터 분화된 존재가 아니라, 늑대와 개에게 공통 조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개와 인간이 지금과 같은 관계를 맺기까지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 정확히 알기란 어렵다. 늑대가 사람이 많은 곳에는 음식이 많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함께하게 된 것일 수도 있고, 인간이 늑대를 이용하기 위해서 늑대를 잡아, 사육해 개가 되었을 수도 있다. 혹은 그냥 서로가 좋아서 함께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개의 후각 세포는 인간보다 40배 넘게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보다 약 1,000배에서 1억 배 정도 뛰어난 후각 능력을 갖췄다. 이런 개의 후각 능력을 현대의 인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한다. 드넓은 땅에서 먹이를 찾던 이 후각은 이제 사람을 찾고, 마약을 찾고, 폭발물을 찾게 되었다. 인간은 할 수 없는 것을 수많은 생명체는 할 수 있다.
수많은 생명체는 서로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우리가 먹는 단백질은 식물이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다. 그리고 단백질을 만드는 식물은 땅속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질소를 단백질로 결코 만들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도 독립된 생명체였는데 우리 세포 안으로 들어와 살아가고 있다는 유력한 가설도 존재한다. 우리가 먹는 것, 숨 쉬는 것, 움직이는 것 모두 다른 생명체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이 도움은 요청이 되어야지 강요나 착취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아무래도 인류는 지금 수많은 것을 착취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강아지들조차 일종의 착취 굴레에 들어와 있다. 우리가 다른 생명체들과 관계를 맺을 때 어떻게 하면 그들을 착취하는 방향성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향성으로 흘러갈 수 있을까?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