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스 Jun 02. 2021

동물 ‘개인구조’라고 들어보셨나요?

국가가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을 채워나가는 개인구조자

개인 구조를 하게 되는 배경이 궁금하다면, ALIA 브런치에 저번주 수요일(5월 26일) 게시된  ‘유기동물을 길거리에서 만난 우리. 딜레마에 빠지다(https://brunch.co.kr/@alia/2)’를 읽어주세요.


개인 구조를 하고 있는 황 미영씨(가명)는 “보호소에 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보호소를 안 가게 되더라도 개고기가 된다던가 투견장으로 간다던가 학대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길에서 마주친 동물을 내가 책임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 끝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구조를 한다”고 했다.


보기(안구를 적출하지 않은 고양이)

미영씨는 여러 차례 개인 구조를 진행했다. 그중에는 2년 동안이나 입양자를 찾지 못한 고양이 2마리 찬묘와 명희도 있다. 찬묘와 명희는 다른 고양이 보기와 함께 구조되었다. 찬묘, 명희, 보기는 미영씨가 졸업한 학교에서 살고있던 고양이의 새끼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새끼들의 눈이 이상한 것을 미영씨는 발견했다. 그래서 3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해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바이러스 때문에 눈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수의사 선생님은 설명했다. 학교 안에서 살던 고양이 새끼들이 바이러스를 이겨낼 만큼의 면역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찬묘와 명희는 상태가 심각해서 눈 한쪽씩을 적출했고, 보기는 다행히 안약을 넣으면 괜찮아진다고 했다. 그렇게 안구 적출 수술을 끝내고 미영씨는 지극 정성으로 3마리의 생명체를 돌봤다. 3마리의 고양이를 돌보며 정신없는 와중에도 열심히 입양 홍보를 진행했다. 그중 안구를 적출하지 않은 보기는 한 달 만에 입양되었다. 나머지 두 마리도 좋은 가족을 만나 평생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입양 홍보를 했다. 그러나 입양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새로운 가족을 찾는 데까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책임지기로 한 동물들이니 미영씨는 투정 부리지 않았다. 찬묘와 명희를 잘 돌봤고, 계속 입양 홍보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양이 사룟값, 화장실 모랫값, 병원비 등등을 내기 위해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도 했다.


찬묘 (지인이 입양한 고양이)

1년 동안은 ‘그래도 입양 가겠지!’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더 흐르나 싶더니, 2년째가 되었다. 2년째 부터는 ‘아 어쩌면 내가 평생 책임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입양처를 알아보았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인 한 분이 찬묘를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다. 미영씨의 SNS 게시물을 보고 명희를 입양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미영씨의 지인은 동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SNS 게시물을 보고 연락한 사람 집에는 10년간 함께한 고양이가 있었다. 미영씨는 입양 보내도 마음이 놓일 것 같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입양을 진행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혹은 좋아 보이는 사람이더라도 꼼꼼히 이것저것을 확인했다. 미영씨는 “그래도 꼭 집에 찾아간다”고 했다. 믿을 만한 사람이더라도 한 생명체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기 위해서는 집에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올해 4월에도 미영씨는 개인 구조를 진행했다. 처음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는 구조할 생각이 없었다. 처음에는 동네의 길고양이가 구내염에 걸린 사실을 알게되어 동물병원에서 약을 지어주었다. 약을 주니 구내염이 점점 괜찮아지나 싶더니 다시 안 좋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청에 연락해 고양이를 보호소로 보내라는 민원이 주변 사람들로 부터 빗발쳤다. 고양이가 시끄럽고, 더럽고, 병균을 옮긴다는 생각들이 있기 때문이다. 미영씨는 보호소에 가면 구내염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입양갈 때까지 절대 책임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직접 구조  후 입양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고양이를 4월 19일 포획했고 병원에서 치료를 진행했다.


찹쌀이

미영씨는 “비인간 동물이더라도 평생 가족을 만나서 여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을 보면, 보람이 차올라서 하는 일이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구조할 때 고양이가 야행성 동물이다 보니, 밤에 구조해야 해서 시험 전날 밤을 지새워야 했다. 또한 동물을 데리고 버스를 타기 힘드니 택시를 계속 타면서 돈을 많이 지불한다. 자금적으로 힘든 것은 택시비만이 아니다.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동물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수의사 선생님도 구조된 동물이기 때문에 거의 절반가량 할인해 주지만 학생인 미영씨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금전적 부담과 육체적 부담뿐이 아니다. 미영씨는 스스로 SNS에 입양 홍보 게시물을 올리고, 사진과 글을 주변 사람들에게 메시지로 보내며 입양 홍보를 한다. 이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 미영씨는 “게시물이 공유는 되어도 입양 문의가 안 오면 여기서 더 어떻게 홍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개인구조자가 할 수 있는 홍보와 관련된 한계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과정을 보는 주변 사람들은 미영씨에게 “너부터 챙겨라” “그런 거에 너무 심정 팔리지 말아라”고한다. “이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잘해나가고 동물을 구조하고 입양 보내는 일도 잘 해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며 미영씨는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개인구조는 보람찬 일 이지만, 쉬운일은 아니다. 찹쌀이 입양 홍보와 돌봄을 미영씨는 지금도 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돌봐주어야 하고, 얼마나 더 입양 홍보를 해야하는 지는 모른다.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개인구조자들을 그리고 구조된 동물들을 도와줄 수 없을까? 이 방법론은 다음주 수요일 Alia 브런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찹쌀이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에 @shmahyi1234 검색해주세요!


글쓴이: 이권우

2012년 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수 많은 유기동물 보호소에 가보았고, 동물과 관련된 행사를 여러차례 기획했습니다. 2017년 부터 2019년까지는 한 동물권 단체 직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호주에가서 초원 위 동물들을 만났습니다. 올해 1월 말 한국에 귀국하여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작가의 이전글 유기동물을 길거리에서 만난 우리. 딜레마에 빠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