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 자기중심성향(Implicit Egotism)이 불공정성한 이유
어? 저랑 생일이 같네요.
저도 그 동네 살았어요!
저도 그 학교 졸업했어요!
이런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낯선 상대에게도 묘한 호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암묵적 자기중심성향(Implicit Egotism)라고 부른다.
즉, 자신과 관련된 것을 더 좋아하게 되는 무의식적 성향이다.
자신과 닮은 것, 연관된 것에 더 호감을 가지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이건 논리나 합리와는 상관없다.
단지 이름, 생일, 고향, 전공, 취미처럼 나와 겹치는 어떤 것이 무의식 속 호감을 자극한다.
미국 심리학자 Pelham*은 이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름이 Dennis인 사람이 dentist(치과의사)가 될 확률이 높고,
생일 숫자와 같은 거리에서 거주하는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으며,
자신과 같은 이니셜을 가진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
*Pelham, B. W., Carvallo, M., & Jones, J. T. (2005). Implicit Egotism.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4(2), 106–110.
즉, 자신과 연관된 대상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직장 안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1. ‘나와 닮은 사람’에게 더 끌린다.
면접관이 자신과 같은 지역 출신이거나, 비슷한 학교를 나왔을 때 지원자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팀원 간에도 취향, 성격, 말투가 비슷한 사람끼리 더 쉽게 친해진다.
공통점이 신뢰의 촉매가 되기 때문이다.
2. ‘우리 팀’이 더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같은 부서, 같은 프로젝트 팀에 속하면 자연스럽게 “우리 쪽 의견이 더 타당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것도 ‘내가 속한 것’에 대한 애착과 자기 동일시에서 비롯된 암묵적 자기중심성이다.
3. 사소한 유사성이 협업에 영향을 준다.
“아, 저도 거기 자주 가요.”
“저도 컴퓨터공학 전공이었어요.”
이런 말은 대화의 문을 열고, 관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동시에, 공통점이 적은 사람은 더 많은 노력 없이 쉽게 배제될 수도 있다.
암묵적 자기중심성향은 무의식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편향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어렵다.
왠지 이 사람, 느낌이 좋아요.
A보다는 B가 나은 것 같아요.
이런 말들 속에는 나와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정서적 반응이 스며들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내가 이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 이유는 뭘까?”
→ 학연, 지연, 혈연, 취향 등 공통점을 발견한 감정이 개입된 건 아닐까?
“내가 선호하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지?”
→ 혹시 ‘우리 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아이디어라서 더 긍정적으로 본 건 아닐까?
조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식
1. 그냥 나와 비슷해서 끌린 건 아닌지 호감의 이유를 돌아보는 질문 습관화하기
2. 공통점을 공유하는 대신, 차이를 인정하고 묻는 리더십 훈련하기
3. 팀에 너무 닮은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하기
자기중심편향은 무의식적으로 빠르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다양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무의식을 자각하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나와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편향을 자각하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게 공정한 평가를 놓치거나, 타인을 배제할 수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의도적인 연습은 조직을 조금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