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에도 메시지를 확인하는 나

인정욕구와 감정노동 사이

by Alica Park

쉬고 있어도, 마음은 회사에 있었다


이제 곧 휴가철이다. 나의 휴가는 어땠을까?

일을 마무리했고, 팀에도 공유했고, 자동응답도 설정해뒀다.
그런데 자꾸 손이 회사 메신저로 향했다.

단체방은 조용했고, 알림도 없었는데 그 조용함이 더 이상했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네.'
'혹시 나를 뺀 단톡방이 따로 있나?'
'나를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휴가를 다녀온 뒤에도 그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 있을 때는 나에게 왔던 일과 질문이, 이미 어디선가 해결되어 사라졌다.

그렇다. 매우 신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내가 조직 안에서 투명인간이 된 것 같은,

불필요한 존재같이 느껴졌다.


우리가 ‘일을 못 놓는 이유’는 단순한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다.
더 깊은 곳에는 이런 마음이 숨어 있다.


“나는 아직 여기에 필요한 사람인가?”
“내가 없을 때도 모든 게 잘 돌아가면, 난 필요 없는 사람인가?”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성과로 내 존재를 증명하려고 한다.

그게 반복되면 쉬는 시간조차 조용한 불안으로 가득 찬다.
자리를 비우는 게 아니라, 존재가 흐릿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그렇게 열심히 해왔는데…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네?



조직이 잘 굴러가고 있는 건데, 내 안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던 감정이 나를 흔든 것이다.

우리는 가끔, 일터에서의 역할을 너무 오래 붙잡고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물리적으로 쉬고 있어도 마음은 계속 '일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쉬는 동안에도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응답하지 않으면 잊힐 것 같은 두려움",
"내가 없을 때 일이 잘 되면 생기는 상실감"

이건 단순한 ‘업무 과부하’가 아니다.
내가 조직 안에서 어떤 사람인지, 그 정체성을 놓지 못해서 생기는 감정의 피로다.


‘잘 쉰다’는 건 단순히 어디로 떠나는 게 아니다.
내가 나 자신을 쉬게 허락할 수 있어야 비로소 회복이 된다.


직장인에게는 단 한번 있는, 여름 휴가철이다. 나에게 회복을 허락하자.

지금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반응하지 않아도 내가 무가치해지지 않는다고,

존재 자체로 의미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자.


그래야만, 회사에서의 나와 그 바깥의 나를 건강하게 나눌 수 있다.


사진 2025. 5. 4. 오전 9 26 15.jpg

그런 것 치고 너무 잘 회복하고 온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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