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엄마의 마음에서는

아이의 시간

by 파도




아이를 양육하다 보면
종종 엄마의 마음 안에서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뒤섞이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아이의 분노와 마주칠 때,
엄마는 아이의 감정만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감정의 파동을
함께 느끼게 된다.


오늘은
이 순간,
엄마의 마음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조금 들여다보려 한다.


아이의 분노가 엄마의 통제 불안을 자극하는 순간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장면을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순간들이다.


장난감을 치우라고 하자
바닥에 드러눕고 발을 구르는 아이


동생이 만졌다는 이유로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던지는 아이


마트에서 원하는 걸 사주지 않자
울음을 멈추지 않는 아이


“그만하자”라는 말에
얼굴이 붉어지며 문을 쾅 닫는 아이


겉으로 보면
분명 아이가 분노하고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 순간,
엄마의 마음속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동시에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이의 감정이 커지는 순간, 엄마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


아이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는 순간
엄마 안에서는 아주 빠르고 자동적인 반응이 올라온다.


지금 이 상황을 내가 통제해야 해.
이러다 더 커지면 어떡하지?
공공장소에서 이러면 너무 민망한데…
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
이걸 못 다루면 나는 부족한 엄마 같아.


겉으로는
‘아이의 분노’만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마 안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순식간에 커진다.


이때 엄마가 느끼는 불안은
아이의 분노보다
훨씬 더 빠르고 크게 확장되곤 한다.


그래서 엄마는 종종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아이 때문이라기보다
아이의 감정이 자극한
자기 자신의 불안 때문에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감정은 어떻게 섞여버릴까


아이는 분노하고,
엄마는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 두 감정은
그 순간 엄마 안에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는 이렇게 느끼기 쉽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
아이 감정이 너무 커서 감당이 안 돼.
아이가 큰 문제를 가진 건 아닐까.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는 ‘화’가 난 상태이고
엄마는 ‘불안’해진 상태다.


서로 전혀 다른 감정인데
그 순간에는
하나의 거대한 감정처럼 섞여버린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를 돕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자기 불안을 줄이기 위해
아이를 통제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왜 이런 혼동이 생길까


아이의 분노는
단순히 큰 소리나 행동 그 자체가 아니다.


엄마에게는
자기 안에 남아 있던
오래된 감정 기억을 건드리는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어릴 때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기 어려웠던 경험


부모의 눈치를 보며 자랐던 기억


감정은 위험하다고 배웠던 성장 환경


감정이 커지면
누군가는 화를 냈던 기억


이런 심리적 배경은
엄마 안에 잠재되어 있다가
아이의 분노라는 강한 자극을 만나면
아주 빠르게 깨어난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의 분노 앞에서
지금의 상황보다
훨씬 더 큰 불안을
몸으로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불안한 아이는 더 천천히 자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