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묻는 언어들
꿈을 꾸었다.
큰 거울 앞에 서 있는 나를 보았다.
나는 달려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순간, 깜짝 놀랐다.
거울 속에는
손을 반쯤 들고 서 있는
나의 모습만 있었다.
분명 내 앞에는 내가 서 있는데,
거울 안에는 그 내가 없었다.
번갈아 오가는 나의 눈동자는
이미 화등짝만큼 커져 있었다.
“꿈이구나.”
그녀는 잠에서 후다닥 깨어나
안심하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날 하루 종일
그 꿈은, 그녀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너무 익숙했다.
맞다.
나는 그 꿈을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꿈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아니라,
이 꿈으로 인해
지나간 기억이 소환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아프게 했다.
그 통증 때문에,
그 꿈은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난 시간들을 불러냈다.
내가 없었던 시간들,
내가 없는 줄도 몰랐던 시간들,
너무 힘든데
무엇이 힘든지조차 알 수 없었던 시간들.
그 시간들.
가슴이 에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상담실 한켠의 작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났다.
“울어도 돼.”
나지막한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말했다.
“소리 내어 울어도 돼.
마음껏 애도해도 돼.”
그 말이 끝나자,
그녀는 갑자기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엉엉 울었다.
꺼이꺼이 울었다.
지나간 시간들,
지나간 고통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되살아나
그녀의 마음을 후벼팠다.
수치심,
무가치감,
불안,
분노...
더 크게 울었다.
책상을 두들기며 울었다.
한참을 울고 난 뒤,
그녀는 머리를 정돈하고
가방을 챙겨
그곳을 떠났다.
‘집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