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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D Nov 13. 2022

코로나 확진 1일차

상태 기록 일기

난 내가 '슈퍼 면역자" 혹은 "인류 최후의 희망"인줄 알았다. 매일같이 십만명씩 감염자가 나올때도, 사무실 동료들이 하나둘씩 코로나에 감염될때도 멀쩡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택을 한 적도 없고 매일 같이 출퇴근하는 카풀동료가 확진되었을때 조차도. 

최근 한달간 몇 안 남은 안 걸렸던 동료, 친구들도 걸렸었다거나 걸렸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감염자 수가 서서히 줄었다가 겨울이 다가오니 확진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언젠간 걸리고 말겠지 하는 불안감과 여태 안걸렸는데 이제와서 걸리겠어?하는 마음이 공존했다. 

지난주 초 사무실에 두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내 차례도 머지 않았구나 싶었다. 그동안 안걸리고 버텨왔던 사람들이 서서히 걸리는걸 보고 도저히 피할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금요일 퇴근길에 자가진단 키트를 샀다. 나는 목이 좀 답답한 느낌이 있었고 주변에 앉은 동료들 여럿이 하루종일 잔 기침을 했기 때문이었다. 키트는 음성이었다. 

조금 일찍 잠들었다가 목이 너무 아파서 깼다. 정말 코로난가? 불안함과 직감이 머릿속을 빠르게 오갔다. 따뜻한 물을 마시려고 포트에 물을 올리고 침대에 누웠다. 잠깐만 누웠다가 물이 끓으면 일어나야지. 했는데 결국 물이 펄펄 끓었다가 다시 식을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물이 다 끓어서 꺼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몸을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다. 목이 찢어질듯 아프고 열이올라 두통이 심했다. 코가 답답해 숨도 잘 안쉬어지는것 같았다. 이건 코로나가 확실하다. 새벽까지 앓고 나서 겨우 침대를 벗어나 식은 물을 마셨다. 

아니 누구는 하나도 안 아프고 지나갔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아프지? 독감인가? 코로나 이전에는 독감을 앓은적이 몇 번있다. 잘 안걸리지만 한번 걸리면 목소리가 안나올 정도다. 이건 독감 수준을 뛰어넘는것 같다. 

병원 오픈시간에 맞춰 (바로 검사 받을 수 있는지) 전화 문의를 하고 갔다. 검사를 받고 병원 밖에서 대기했다. 전에 음성일때는 5분만에 전화가 왔었는데 이번엔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양성이 맞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검사를 해준 의사에게 전화가 왔다. 양성이고 증상에 대해 처방을 해 주겠다. 그렇게 확진자, 격리자가 됐다. 

집에 올땐 9층까지 걸어서 올라왔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민폐가 될까봐. 목이 아파서 입맛도 없지만 밥을 먹고 약을 먹으라고해서 죽을 배달 시켰다. 앞으로 일주일은 배달 신세를 많이 지겠지 .

오후에 언니가 초밥을 사다준다고 했다. 나는 커피 한 잔이 절실했다. 나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 카페라떼. 약먹을땐 커피 마시면 안돼. 안돼지 않나? 아냐. 라떼는 괜찮지 않을까?

30분 뒤에 현관문 밖에 초밥과 불고기, 과일 몇 가지와 빵 그리고 아이스라떼 한잔이 놓였다. 고마웠다. 며칠전에 언니 생일이어서 이번 주말에 내가 밥 사기로 했었는데. 격리끝나고 맛난거 먹으러 가야겠다. 

밤에 또 얼마나 아플까 두렵다 ㅠㅠ


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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