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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D Nov 13. 2022

코로나 확진 2일차

상태 관찰 일기

의사가 "주말동안 좀 많이 힘드실 수 있어요."했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밤에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호흡을 하기도, 침을 삼키기도 너무 힘들었다. 진단 후 점심, 저녁에 약을 먹었지만 (약을 먹기위해 죽과 밥도 꼬박 챙겨먹었다) 시간이 지나니 약발이 떨어졌다. 어떻게든 잠을 자 보려고 끙끙대다 새벽2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처방약 외에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던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식은땀과 목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는데 도저히 수면이 취해지질 않았다. 


휴대폰을 들고 코로나 증상과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훑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게 목 아픈데는 가글을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일반가글을 사용하는것도 좋지만 대면진료로 처방받을 수 있는 가글이 있다는것이다. 안그래도 낮에 나의 확진연락을 들은 회사 부장님이 톡을 보내오셨었다. "저도 목소리를 잃어봐서 알아요. 얼마나 아플지.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가글이있는데 좀 독하긴 한데 꼭 처방받아요."라고. 낮엔 병원다녀와서 약먹고 자느라 다시 병원 갈 생각을 못했었다. 


주말인데 내일은 병원이 다 닫겠지. 확진자인데 병원 방문이 가능한지도 모를일이었다. 포기하고 뜬눈으로 바이러스와 열심히 전투중인 목의 승리를 기원했다. 할 수 있는게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아침에 보건소에서 또 문자가 왔다. 기본적인 격리 안내와 비상전화번호 뭐 그런. 그중 눈에 띄는것이 있었는데 '원스톱진료기관'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니 확진자도 대면 진료가 된다는데 일요일에도 여는 병원이 있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더니 대면처방이 된다고 했다. 효과가 있든없든 우선 처방을 받아야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집에서 나갈때는 마스크를 두겹으로 쓰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소아과병원이었는데 입구부터 대기인원이 어마어마했다. 독감 시즌이다보니 꼬맹이환자들이 여기저기서 울었다. 접수를 하고 병원 문 밖에서 대기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실내 의자에 앉을수가 없었다. 대략 30분간 대기 후 의사와 대면할 수 있었다. 가글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가글을 사왔다. 

도라에몽이 나오는 소아과...
처방 가글액 

가글통에 쓰여진대로 15ml을 입에 머금었다 뱉었는데 좀 쎘다. 입술이 살짝 얼얼하고 혀가약간 마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에 할때는 가글액 양을 좀 줄이고 물을 타서 희석해서 했더니 좀 나았다. 오늘 세차례 가글을 했는데 효과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잘때 좀 덜하려나. 


오늘은 언니가 오뎅탕을 끓여다줬다. 우리 사이는 평소에는 대면대면한 친구같지만 아플땐 지극히(?) 챙겨준다. 덕분에 뜨끈한 국물을 먹고 낮잠도 잤다. 물론 아파서 계속 꺴지만. 깰때마다 챗셔가 쳐다보았다.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도라지나 더덕이 목 아픈데 그렇게 좋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냉장고 야채칸에 더덕즙이 있었다. 올 초인가. 아빠가 직접키운 더덕으로 즙을 만들어 나누어 주었는데 쓰고 먹기 싫었다. 정성때문에 버리기도 양심에 찔려서 묵혀둔 것인데 아프니 손이 가더라. 쓴맛이 하나도 안나고 목구멍으로 쭉쭉 넘어갔다. 냉장고엔 더덕을 꿀에 재운 더덕청도 있었다. 순간 아빠의 보물창고가 옮겨온 것 같았다. 주전자에 몇 숟갈 넣고 팔팔끓여 마셨다. 이렇게 좋은 것들을 잔쯕 챙겨주었는데 나는 받을때마다 이런거 주지말라고 안먹는다고 했었다. 아프니까 다 손이 가는구나. 지난 주말에 김장하러 갔었는데 도라지를 잔뜩 가져라가고 했었는데, 까기 귀찮다고 하나도 안 가져 온것이 후회됐다. 


오늘 활동: 밥먹고 약먹고 병원방문 후 밥먹고 약먹고 가글하고 자고 더덕즙마시고 더덕차 마시고 가글하고 자고의 반복이다. 


오늘 증상: 목소리 70%잃음, 목 찢어지게 아픔(약발 떨어질때마다 아픈듯), 콧물 가래, 목구멍 막힌느낌, 코가 허는느낌


오늘 밤은 어제보다 덜 아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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