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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D Nov 14. 2022

코로나 확진 3일차

상태 관찰 일기

지난밤에도 두시간 간격으로 깼다. 목에서 타는듯한 갈증이 느껴졌고 가래가 자꾸 목구멍을 막아 침을 삼키기도, 숨을 쉬기도 불편했다. 새벽에 자리에서 일어나 상비해두었던 액상 감기약을 먹었다. 다량의 물을 마시고 누웠는데 물을 많이 마시니 화장실도 자주 가게됐다. 자는 둥 마는중 한 밤이 삼일째다. 내가 깰때마다 나의 반려묘 챗셔가 같이깨고 화장실을 갈때마다 졸졸 따라다녔다. 제대로 사냥놀이도 못해주고 잠도 편히 못자게 해서 여러모로 미안하다. 


아프니 평소보다 잘 먹는다. 약을 먹어야해서 의무감에 더 그렇게 된다. 빨리 잘 먹고 빨리 회복하는게 최선임을 안다. 아침엔 소고기 뭇국에 밥을 말아 싹싹 비우고 약을 먹고 다시 잤다. 딱히 뭘 할 의욕도 없고 할만한 에너지도 없어서다. 아침엔 목소리도 85%가량 삭제되어서 "챗셔야"도 부를 수 없었다. 


두시가 넘어 다시 일어나 밥을 차렸다. 언니가 엊그제 사다준 불고기를 볶고 배추쌈까지 준비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픈 와중에도 식욕과 미각을 잃지않았다. 꾸역꾸역 넘어간다. 잘먹어야지, 암만. 


밥먹고 약먹고 루틴대로 했으니 목구멍의 통증과 답답함은 여전하다. 처방약에 포함된 타이레놀을 주기적으로 먹은 덕분인지 열은 어느정도 잡힌 것 같다. 책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집중이 잘 안됐다. 몇장 넘기다 내려놓고 침대에 앉아 야옹이 낚싯대를 흔들었다. 챗셔가 반응을 한다. 온 몸을 웅크리고 궁둥이를 씰룩거린다. 성의없는 움직임에 반응해주니 고맙고 미안하다. 사랑스런 녀석.


꾸준히 식사를 넘치게 하는데도 움직일 에너지가 없는게 참 요상하다. 움직여야 칼로리 소모가 될텐데. 주변에 이미 확진되었던 친구들이 하나같이 말해준 것이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거였다. 최대한 에너지를 아껴야 회복도 빠르고 잘 된다나. 


네시가 넘을때까지 빈둥거리고 있었다. (실은 바이러스와 열심히 싸우는 중이었지) 현직장의 전동료이자 동네 친구인 s에게 전화가 왔다. 혼자 사니 안부확인차 걸었다고. 최근 확진되었던 주변인의 케이스를 이야기해주며 많이 아프면 병원에가서 수액을 맞는게 어떠냐고 했다. 안그래도 어제 가글 처방 받으러 갔던 병원에서 확진자도 수액도 맞을 수 있다고 했었다. 


병원에 문의하니 지금 환자가 별로없으니 바로 오라고 했다. 대기실이 꽉 차서 시끌벅적하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꼬맹이 환자 둘 뿐이었다. 접수를 하고 혈압 측정, 체온 측정, 피뽑는 과정을 거쳤다. 의사와 잠깐 대면한 뒤 수액을 맞았다. 대략 한시간가량 걸렸다. 수액을 맞는동안 몇 번을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간호사님이 주사기를 뺀 자리엔 귀여운 캐릭터 밴드를 붙여주었다. 


의사를 재대면했다. 몇시간 후면 좀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약들을 처방해줬다. 기존 병원에서 먹던 약들을 폐기하고 새로 처방해주는 약으로 먹어보라고. 약국에 들러 약을 조제받고 집으로 왔다. 하루에 한 번 병원때문에 외부에 나가니 격리 생활이 평소 주말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카페에 못 가는것이 아쉽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빨리 회복하고 싶다. 카페에 가서 아이스라떼 한 잔 마시면서 책보고 싶다. 건강을잃으면 모든것 잃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며칠이다. 건강하고 싶다. 


오늘 활동: 아침밥차리기 / 약먹기 / 점심밥차리기 / 약먹기 / 하루종일 라디오 듣기 / 코로나대면진료 병원방문 - 수액맞기 / 약처방받기 


오늘 증상: 목소리 85%음소거 - 약간 왔다갔다함 / 목 통증 / 가래 / 코막힘 - 숨쉬기 힘들다 / 코가 허는느낌


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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