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신랑 친구들 가족모임에 갔다. 우리는 공주한옥마을에서 태안으로 바로 출발했다. 길이 너무 막히고 더워 완전히 녹초가 되어 도착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과 처음 보는 얼굴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어색함으로 제대로 앉아있지 못하고 괜히 왔다갔다 했다. 밥을 어디로 먹는 건지도 모르겠고, 배가 고픈 건지 부른 건지도 잘 몰랐다. 다행히 아이들은 무척 좋아하였다.
간간히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어떤 친구가 나에게 아직도 기타 치냐고, 기타 치는 거 정말 좋았다고 말을 했다. 아 감사하다고 하면서 신랑에게 내가 기타 치는걸 어디서 보셨나 물었다. 역시 망각이 심각한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이불킥을 하고 싶었다.
결혼하고 우리 신혼집에 신랑 친구들을 초대해서 집들이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거기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했다나 뭐라나. 와 하하하하. 난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친구 바로 옆에 있던 신랑에게 정말 이게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하는데 정말 쥐구멍이라고 숨고 싶었다. 와 뭐라고? 내가? 기타를 치고 노래를 했다고? 미친 거 아냐. 와우.
아직도 기타 치냐고 묻는 친구의 말에 지금은 애 둘 키우느라 그럴 시간이 없다고 했지만 나는 새로운 기타를 사는 게 목표다. 기타는 잘 못 치지만 좋은 기타는 갖고 싶다. 그건 그렇고 나의 기억력은 정말 심각하다. 기억상실증인가. 기억력장애인가. 머리와 마음속에 꼭꼭 담아 두고 사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것 때문에 오해를 받을 적도 있다. 오랜만이 완전 이불킥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불킥도 곰새 잊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