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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쥬디 아름쌤 Aug 29. 2024

자기 사랑이 먼저인 엄마

자녀는 뭘 닮을까


나는 주부다.



나는,

주부다.

몇 년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경력단절 전업주부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정신이 없고 시간이 없다.

오전에 아이들을 보내면 책 읽기, 글쓰기, 도서관, 문화센터, 카페 가기, 친구 만나기 등등 집안일만 빼고 혼자 바쁘게 많은 것을 한다.  

누구는 하루를 48시간처럼 산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다. 자는 시간과 육아시간을 뺀 남는 시간에 몇 가지 일만 해도 바쁘다.

기본적으로 잠이 많은 나는 미라클모닝 같은 멋진 행위는 못한다. 미라클 모닝을 위해 더 일찍 자는 것을 시도했지만 결국 더 많이 잘 뿐, 일어나는 시간은 똑같다.

그렇다고 밤늦게까지 뭔가를 하기엔 나는 너무 졸리고 체력이 되지 않는다. 잠을 못 자면 일상생활이 잘 안 되는 몸을 가졌기에 잠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껏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 핑계를 대려 한다.




전업주부는 육아를 잘할까.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크다. 엄마들끼리 자주 하는 대화는 주로 아이의 교육이나 공부이다.

학교에서 받아쓰기는 몇 점인지, 구구단은 외웠는지,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사야 하는지, 역사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영어학원에서 단어시험을 몇 개 맞았는지, 영어문장 읽기가 되는지, 피아노 콩쿠르는 언제 나가는지 등등..  



나도 당연히 아이가 커서 되길 바라는 상이 있다.

꿈을 이루고 주변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나누는 멋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중심이 바로서고 포기 하지 않는 삶을 살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 모든 바람은 바람일 뿐 아이를 그렇게 키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7살 여름까지도 한글을 가르치지 않아 아이가 제발 공부학원에 보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공부학원 대신 뛰어놀라고 태권도를 보냈다. 학교 들어가기 두 달 전에 벼락치기로 학원에 잠깐 다녀서 한글을 겨우 배우고 입학했다.

요즘은 받아쓰기나 구구단 같은 것을 해서 봐줘야 하는데 엄마인 내가 아이를 붙잡고 봐주는 게 잘 안된다. 스스로 공부하라고 하였지만 초2가 스스로 잘 할리가 없다. 나는 이렇게 아이를 방치하는 편이다.




자기 사랑이 먼저인 사람


친한 동생들을 만나면 나에게 꼭 묻는 말이 있다. 요즘은 또 뭐 하고 있냐고 한다.

이 말뜻은 이번엔 또 어떤 새로운 것에 빠져서 사느냐이다. 무슨 허튼짓을 하고 다니느냐의 의미도 반쯤은 담겨있는 것 같다.

쓸데없는 자격증을 따느라 고생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번 내가 캘리그래피를 배울 땐 재미있겠다고 하길래 너희도 배워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그리고 올해 초 온라인 독서모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온라인 독서모임 시스템은 먼저

내가 직접 책을 구매하고

매일 시간을 내서 스스로 책을 읽고,

읽고 나면 감상을 기록해 톡으로 인증을 남겨야 해.

그런데 심지어 이 모든 게

돈까지 내고 신청하는 거야.

그것도 보통 한 달에 5만 원, 싸면 3만 원이더라.

 몇십만 원짜리 독서모임도 있대."



역시나 듣는 이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다들 나를 정말 황당하게 바라보았다. 어떤 이는 그거 신종사기 아니냐고 했다.

다른 지인들을 만났을 때도 똑같이 이야기해 줬는데, 한 언니는 그거 공기 파는 거랑 다른 게 뭐냐고 했다. 아예 이해를 못 한 사람은 AI 아니냐 사람이랑 하고 있는 게 맞냐는 둥, 아니 당장 그만두고 환불해 달라고 하라는 둥.

모두가 이런 반응이길래 나는 강력하게 말해줬다.


“아니야

다시 책을 읽으니깐 나에게 엄청 도움이 되고

너무 좋더라고!”


했지만 그들은 웃거나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친한 동생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한다.


"자식에게 너무 올인하지 말자. 그럴 필요 없어.

다 키우고 나서 혼자 남으면 엄청 허무하대.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해봐. “



"언니는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딱 봐도 자식한테 올인 안 하잖아.

자기 자신을 엄청 사랑하는 것 같아."



그때 알았다.

아 내가 그렇구나.

나는 나를 사랑하는구나.

그저 난 심심한 걸 못 참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럴 뿐인데.



나는 자녀교육보다 나의 관심사가 조금 더 우선이다. 영어강사였던 나는 영어를 더 잘하고 싶어 다시 영어공부와 챌린지를 하고 있고, 독서모임과 글쓰기도 시작하였다.

사실 처음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가게 된 이유는, 태어나 처음으로 했던 독서모임을 온라인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오프라인에서는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했다.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어릴 땐 책도 신문도 좀 읽었던 것 같은데, 아니 읽었다고 어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니 말하지 말자.

아무튼 책을 읽기 시작하니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큰일이다. 일기나 독후감을 써본 적도 없는데 이제는 글쓰기까지 시작하였고 잘하고 싶다.



도서관에서 빌린책(좌)과 직접 구매한 책(우)



그렇지만 내 주변엔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다.

사실 신랑도 독서모임을 돈을 내고 하는 줄은 모른다. 독서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하며, 비슷한 관심사로 모이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게 되었다. 비록 사교적인 성격은 되지 못하여 사람 간 만남은 잘 못한다.



자식보다 내가 먼저인 게 참 이기적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나의 자기 사랑은 계속될 듯하다.

이런 엄마를 보며 자연스럽게 아이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으니 꽤 괜찮은 것 같다.


이제 1호도 나도 꿈이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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