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스쥬디 아름쌤 Aug 28. 2024

그게 매실이 아니었다고!?

어려운 나무 열매의 세계

2023년 3월 26일



따스한 봄이 시작되는 3월의 어느 아침이었다. 학교 갈 준비에 나만 분주하고 있던 그때에 1호가 말했다.



와 엄마!! 저것 좀 봐~

저게 뭐야? 너무 이쁘다!!!



1호가 거실 창가로 달려갔다. 추운 겨울 1월에 이사를 왔으니 이 집에서는 처음 맞는 봄이었다. 거실 창가 밖에 나무에 거짓말처럼 어느새 아주 예쁜 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숲 유치원에 다녔던 1호는 꽃을 사랑하고 자연의 고마움을 아는 아이다. 작고 하얀 꽃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도 1호였다.





눈썰미가 없는 나는 처음에 당연히 그게 벚꽃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 보니 동네에 벚꽃길에 있는 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그냥 단순히 우리 집뒤에 해가 잘 들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을 살펴보니 이 꽃이 벚꽃과는 살짝 다르게 생겼다.



얘들아, 다시 보니 저건 매화꽃인가 보다.

아 어쩐지 벚꽃이랑은 조금 다르게 생겼네.



나는 자신 있게 아이들에게 말해주었다. 매일 보는 하얗고 예쁜 그림 같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사를 가면 나무가 많은 일층이나 주택으로 가고 싶었다. 일층도 아니고 주택도 아니지만 초록 나무가 많아 매일 바로 앞에서 자연을 볼 수 있어 좋다.

이렇게 딱 바로 앞에 매화꽃이 피는 나무가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했다. 일 년 내내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꽃은 금방 다 떨어졌다. 그리고 어느새 초록잎들이 가득가득 햇살에 반짝이고 바람에 흔들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그리고 6월 중순이 지났다.



엄마!! 이리 좀 와봐!!

우리 나무에 열매가 열렸어!!



이번에도 1호가 가장 먼저 알려주었다. 금방 가버린 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는 듯 생각지도 못한 열매에 너무 좋아 흥분했다.



우와 열매가 열리다니!

매화나무이니까 열매는 매실이야!

너무 이쁘다.

이렇게 진짜 열매가 열리는 걸 보니 정말 신기하고 좋다. 그렇지?



작년과 올해 열매들



나는 또 자랑스럽게 아이들과 신나서 얘기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매실보다는 조금 크기가 큰 것도 같고 색깔도 주황색 비슷한 것이 매실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체 저게 뭘까. 인터넷을 찾아보던 어느 날 시장에서 똑같이 생긴 과일을 만났다.



그것은 바로 살구였다.!

정말 살구색의 살구열매라니, 너무 신기했다.

점점 열매가 아주 풍성해졌다.

매일 나무를 보며 그림 같은 풍경에 감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있는데 나무가 마구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바람이 저 정도로 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며 가까이 가서 보니 지나가는 아줌마 아저씨 모두가 나무를 마구 흔들어대었다.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정말 열매가 다 없어질 때까지 매일 나무를 흔들어댔다. 나는 점점 너무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 꼭 저렇게까지 흔들어서 가져가고 싶은가?

정말 답답하고 나무가 불쌍했다.

그냥 좀 놔두지 휴

결국 더 이상 흔들 열매가 없어질 때쯤 잠잠해졌다.



그렇게 이사 온 집에서 두 번의 봄을 맞이했다.

살구나무가 있어 좋은데 내년에 또 사람들이 나무를 흔들어대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지 생각해 봐야겠다.



살구 과일은 아직 한 번도 못 먹어 봤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내년에 시장에 살구가 나오면 아이들과 같이 먹어봐야겠다.

살구열매야 내년에 또 만나자.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감기 이 두 가지로 뚝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