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놀이
우리 동네에는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는 예쁜 벚꽃길이 있다. 신랑이 자꾸 핫플레이스를 가자고 해서 여의도나 다른 벚꽃 명소를 몇 군데 가보았지만 여기보다 만족한 장소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사람 많은 곳이 점점 더 싫어지고 있다.
매년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되면 그 길에는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천천히 꽃을 감상하고 꼭 사진을 찍고 간다. 셀카를 찍기도 하고, 꽃 사진만 찍기도 한다.
눈처럼 하얗고 살짝 핑크빛이 도는 벚꽃이 가득한 그 거리를 걸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고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평소 나는 주변을 잘 살피는 사람이 아닌데, 이유는 모르지만 그날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난 나만의 깊은 깨달음을 느끼고 놀랐다.
그것은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미소 짓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말 안 그렇게 생긴 사람도 꽃 사진을 찍는다. 얼마나 예쁘면 그럴까. 꽃 사진을 찍다가 다른 사람을 의식해 쑥스러운 듯 빨리 다시 걸어가기도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도배하고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저 남자아이도, 이마에 큰 주름이 선명하고 평생 웃지 않고 살았을 것 같은 무서운 저 아저씨도, 이제는 삶의 낙이 없어 보이는 저 할아버지도 말이다.
모두가 평소 꽃을 그렇게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 벚꽃길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연이, 꽃이 이렇게 사람을 힐링시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꽃을 만들어 주신 분께 늘 감사하다.
저출산 시대를 절로 실감하는 요즘, 아기들이 정말 없다.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초등학교 또한 학년에 반이 1개인 학교가 우리 동네에도 있다.
2호가 8개월쯤 되었을 때 한창 유모차에서 꼬물꼬물 귀여운 아가의 모습으로 다닐 때였다. 동네 카페 사장님 중에 정말 무섭게 생긴 남자분이 있다. 이런 편견을 가지면 안 되는데 얼굴도 시커멓고 운동을 하시는지 팔뚝도 두꺼우시고, 인상도 무서우셔서 주문을 할 때도 나는 조금 무섭다. 절대 웃지 않으시는데 그렇다고 불친절한 건 또 아니지만 상당히 무뚝뚝하시다.
그날도 유모차를 끌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사러 갔다. 갑자기 남자사장님께서 무언가를 보시고 정말 활짝 웃으시는 게 아닌가?
그때 느꼈다.
그동안 이분이 웃는걸 본적이 한 번도 없었고, 나는 지금 그의 웃는 얼굴을 처음 보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조금 놀란 티를 냈던가, 나도 모르게 사장님을 너무 쳐다봤던가 모르겠다만 사장님은 나를 보더니 다시 카리스마를 잡으며 굳은 얼굴로 원상 복귀하셨다.
사장님의 얼굴을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든 원인은 바로 유모차에 있던 2호였다. 그때 또 한 번 깊이 깨달았다. 아기는 모든 사람을 웃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아기는 너무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다.
평소 유모차를 끌고 길을 다니면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기를 보고 웃는다. 요즘 아장아장 잘 걷는 2호는 또 다른 귀여움이 한 층 더해져 더욱 사랑을 받는다.
이렇게 꽃과 아기는 사람을 웃게 만들고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듯하다.
꽃을 좋아하면 나이가 든 거라고 했던가..?
숲유치원을 졸업한 1호는 꽃을 무척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한다. 이사를 오고 우리 집 뒤에 있는 나무에 꽃을 처음 발견하고 놀란 것도 1호였다. 처음엔 그 꽃도 벚꽃인 줄 알았다. 그 신기한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