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아름아, 너는 이제 계획이 뭐야?
윤정 언니가 물었다.
네, 저는 이제 좀 쉴 거예요!
그래? 어떻게 쉴 건데?
.. 네? 어떻게 쉬다니요?
태어나서 처음 받아 보는 질문이었다.
쉬는 것도 잘 쉬어야 해.
아..
사람들이 쉰다고 하고 그냥 대충 쉬면, 진정한 쉼이 아니야. 쉬는 효과가 없는 거지.
평소 윤정 언니는 차분하고 리더십이 좋았고, 말도 똑 부러지게 잘했다. 나는 그런 언니가 좋아 평소에도 인생에 대한 크고 작은 질문을 했고, 언니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곤 하였다.
그럼 어떻게 쉬어야 해요?
우선 힘들고 지친 마음 등 많은 것을 비우는 게 좋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비움으로 비워진 곳을 정말 소중한 것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야.
아 네.. 조금 어렵네요.
어려울 것 없어. 아주 신나고 재미있는 과정이야.
너 자신을 잘 살피고 발견해 봐.
네..^^
라고 대답했지만 당시 20대 초반인 나에겐 너무 어려운 말이었다.
쉬면 쉬는 거지 잘 쉬어야 한다고?
아 단순한 나에겐 너무 복잡한 말이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당시 나에게 쉼이란 대부분 잠이었다.
원래도 잠이 많았던 나는 기본적으로 12시간을 자고 피곤하면 그 이상을 자야 했다.
40대인 지금은 잘 쉬는 것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비워진 곳을 잘 채워야 한다는 말은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다.
요즘 명상이나 비움 등을 많이 하는데 비움 단계에서 끝내는 것은 쉼의 완성이 아닌 것 같다.
진정 가치 있는 것으로 채우는 것은 쉼 이후에 삶을 옳은 길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주일인 오늘 나는 과연 잘 쉬었는가.
무엇으로 채웠는가.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