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한 그릇으로 이기자
요리
결혼 전 친정에서 우리 가족은 다양한 요리를 먹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엄마의 요리 실력이었고, 다른 이유는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김치와 삼겹살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김치를 무척이나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당시 보온밥솥에 늘 밥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냄비엔 꼭 김치찌개가 있어야 했다. 냄비가 바닥이 보이면 다시 한 솥 가득 보글보글 새로운 김치찌개가 탄생한다.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 고등어를 넣은 김치찌개, 제사를 지내고 나면 갖가지 전을 넣은 김치찌개도 정말 맛있었다.
이 외에도 김치요리는 다 맛있었다.
엄마가 해주는 리조또스타일의 김치볶음밥도 나에겐 최고였다. 감기에 걸리면 아빠가 해주는 김치콩나물죽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아빠 요리 맛의 비결은 조미료이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몇 년 전 죽집에서 파는 김치콩나물죽을 주문한 여동생은 “뭐야 이거 아빠가 맨날 해주던 그거잖아”라고 하며 신기하다고 했다.
환절기인 요즘 감기와 코로나가 극성이다.
얼마 전 목감기로 엄청나게 고생하고 겨우 나았는데, 어제 도서관에서 에어컨 바람이 너무 추워서 냉방병에 걸린듯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따듯한 김치콩나물국이 생각났다.
재료는 정말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콩나물과 잘 익은 김치이다. 마침 냉장고에 어제 남은 콩나물이 반 있다. 맛있게 익은 내 보물 김장김치도 있으니 재료 준비는 끝이다.
일단 콩나물을 몇 번 씻고 냄비에 가득 담는다. 넣고 보니 김치까지 넣어야 해서 냄비를 큰 걸로 바꿨다.
콩나물국을 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배웠다.
하나는 처음부터 콩나물을 같이 넣고 끓이는 것과 다른 하나는 물이 끓을 때 넣는 것이다. 사실 나는 입맛이 예민하지 않기 때문에 차이는 잘 모르겠다.
그저 귀찮기 때문에 처음부터 물과 함께 넣고 끓인다. 콩나물과 김치를 다 넣고 끓이기만 하면 끝이다.
육수고 뭐고 그런 건 필요 없다. 저번에 유튜브에서 어떤 연예인이 육수까지 정성스레 김치콩나물국을 만드는 걸 보고 생각했다. 저럴 필요까지 없는데..라고.
다진 마늘이 있다면 넣으면 더 맛있지만 안 넣어도 된다. 간도 국간장을 조금 넣어도 되는데 만약 없다면 안 넣어도 된다. 대신 김치국물을 넣으면 정말 맛있다.
후추 좋아하면 후추도 톡톡.
사 먹는 맛을 느끼고 싶다면 미원 톡톡.
참고로 내 친구는 신랑이 하도 자기 요리가 맛없다고 해서 신랑의 국그릇에만 마지막에 미원을 넣어주면 아주 칭찬을 받는다는 비법을 알려주었다.
짜잔
두 가지 재료로 간단하지만
감기 뚝.
혼밥에도 맛 좋은 나의 최애 요리.
김치콩나물국 최고!
내일도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