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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쥬디 아름쌤 Aug 26. 2024

선물은 누구 마음이야?

주는 사람 or 받는 사람


선물



신랑에게 큰아빠가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신다고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평소에도 큰아빠는 깜짝 선물을 자주 사주셨다.

아이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때 부모가 개입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나는 의견을 말했다. 더 이상 장난감은 사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 1호가 갖고 싶어 했던 크로스가방을 추천했더니 1호도 좋다고 하였다. 드디어 할아버지댁에 가서 큰 아빠를 만났다.



우와 큰아빠한테 감사하다고 해야지.

감사합니다.

자 선물 한번 열어볼까?



1호는 좋아도 티를 잘 내지 않지만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쩔 수 없었고, 2호는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은 포장지를 뜯고 무엇이 들어 있는지 열어 보았다. 작은 크로스 가방이 2개 아니 3개나 들어 있었다. MLB, 캉골,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의 시나모롤 가방이었다.



처음 시나모롤 가방을 보자마자 1호가 잡았다. 그런데 그것은 2호 선물이라고 하셨다. 시나모롤은 아이 둘 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 1호는 언니 같은 가방보다 시나모롤이 더 좋았다.

1호는 가방을 두 개나 받았지만 동생 2호 가방이 더 좋아 보이고 부러웠다.

선물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시나모롤 인형과 시나모롤 케이스가 장착된 휴대폰도 있었다. 그제야 1호는 다시 한번 입꼬리가 올라가고, 본인의 웃는 얼굴을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남동생이 이야기가 생각났다.

남동생이 초등학생 시절 충격을 받은 이야기이다.

그때도 어린이날 선물이었던가 아무튼 동생은 로봇 장난감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사주신 건 바로 전집이었다고 한다.

동생은 그때의 충격이 너무 커서 조카들에게는 꼭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 한다. 지금 나는 엄마처럼 전집을 사주면 좋겠다만 말이다. 남동생도 매년 기념일에 조카들 선물을 잘 챙겨주어서 고마운 마음이다.



나는 가끔 선물에 대해서 생각하곤 하는데, 선물은 과연 주는 사람 마음인가 받는 사람 마음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생일이나 기념일과 같은 어떤 정해진 날에는 받는 사람 마음이 원하는 선물을 주면 좋겠지만, 깜짝 선물의 경우는 주는 사람 마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때는 오히려 받는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어떤 선물을 주면 좋을지, 평소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일지 많은 고민과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고민 끝에 정말 알맞은 선물을 줄 때 받는 사람이 기뻐하면 그 기쁨은 진짜 나의 기쁨이 된다.

나는 그래서 작고 소소한 선물을 잘 챙기려고 한다. 그 사람에게 지금 이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며 선물해 주면 대부분 깜짝 선물에 감동을 받는다.

정작 가족의 중요한 기념일은 자주 까먹는 게 최대 문제 이긴 하지만 말이다.



선물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에게 소중한 선물들이 많지만 누군가 나에게 선물을 사준다고 하면 또 신이 나서 생각하는 그 순간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말이야

저기, 나 기타 좀 새로 사고 싶은데.

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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