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_사십대 북에디터의 기타 분투기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요즘 나는 입만 열면 기타 이야기로 열을 올린다. 지독히도 발전이 없다는 얘기, 대개는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로 끝맺는데도 지인들은 잘 들어준다.
100세 시대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대 수명이 늘어났다. 인생의 중반, 북에디터인 나는 인생 남은 후반전을 좀 더 풍성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일과 취미의 경계가 불분명한 독서 외 다른 취미가 필요했다.
취미로 기타를 선택한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여러 운동에 도전해봤지만 좀처럼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나 자신에게 생존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움직임이 필요했다. 내 관절은 소중하니까.
나는 원체 집순이인데 혼자 일하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바깥 외출이 적어졌다. 한번은 내가 얼마나 움직이나 싶어 스마트밴드로 측정해보았더니 하루 활동량이 일천 보를 가까스로 넘겼다.
매주 수요일 있는 기타 레슨이 아니면 움직임이 없다. 집에 있을 때 기타 연습이라도 하면 그나마 생활 움직임이 어느 정도 발생한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기타에 관심이 생기고 또 배우기 시작하면서 여러 밴드 음악도 즐겨 듣고 콘서트나 록 페스티벌에도 관심이 생겼다. 기타를 통해 관심사 저변이 넓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지인과 안부 인사 중 으레 기타나 밴드 공연 다녀온 얘기 등을 하고, 카톡으로 노래나 사진도 공유하게 되었다.
내가 그렇듯 내 주변인도 대개 ‘취미는 독서’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최근 두 명이나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은 언젠가 우당탕탕 합주를 해보자고도 했다. 한 20년쯤 뒤에는 할 수 있지 않겠냐며.
지난번 내가 한창 기타 레슨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한 지인이 자신도 평소 드럼에 관심이 있지만 일과 육아 등으로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드럼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단 시작해보세요. 악기 배우는 거 진짜 재미있어요.” 아주 약간은 내 부추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뭔가 내가 취미 전도사가 된 것 같아 기쁘다.
종종 공연을 같이 보러 다니는 지인은 며칠 전 외신 기사를 하나 공유해줬다. 몇 년 전 독일에서 있었던 일인데 ‘바켄 오픈 에어’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양로원을 탈출했다는 두 할아버지의 일화였다.
이들은 헤비메탈 록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약 40km를 이동했다. 페스티벌 현장에서 경찰과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새벽 6시가 넘어 양로원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지인은 말했다. “이렇게 늙으면 좋겠어요.”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생각나기도 한 이 일화에 나 역시 그렇게 늙고 싶어졌다. 그 연세에 대중교통으로 40km를 이동했다니 록 페스티벌을 향한 그 열정이 대단하지 않은가. 탈출과 이동을 위해서는 물론 록 페스티벌에서 ‘잘’ 놀려면 평소 체력 단련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갑에 버스킹하고, 외신 속 독일 할아버지처럼 록 페스티벌도 가자니 마음이 급해졌다. 체력 단련을 시작해야겠다. 일단 홍제천 걷기부터 해볼까.
-매주 토요일 <마이데일리>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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